화웨이 등에 밀려 중화권 매출 33%↓…“아이폰 보유기간 2→3년으로 늘 듯”

애플의 분기 매출이 15% 줄었지만, 월스트리트의 예상보다는 좋아 주가도 올랐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 판매가 저점을 찍었다면서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애플이 전처럼 고속질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실적 발표 전에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9월 끝나는 2016 회계연도(FY)에 매출이 8.2% 감소하고 FY 2017에는 4.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첫 출시 이후 FY 2008부터 매출 증가율이 50%를 웃돌았던 해가 많았고 2014년 가을에 나온 아이폰 6의 빅히트로 FY 2015에도 매출이 27.9%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의 성장세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저속주행 차로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될 수 있다”고 칼럼에서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자주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는 데다 중국 시장의 부진까지 겹쳐 애플은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성장 둔화에 직면했지만, 특히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타격이 컸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현지 업체의 약진 때문에 6월에 끝난 FY 2016 3분기에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33%나 줄었다. 이는 전 분기에 26% 감소한 데 이은 것이다.

아이폰은 중국에서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아진 현지 업체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가령 월 7천위안을 버는 경우 아이폰 6S를 사는데 5천위안을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반면 이보다 절반도 안 되는 2천 위안에 화웨이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오포 등 중국 업체의 부상 속에 애플은 삼성전자와 함께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6월 기준 9%로, 작년 동기(13.2%)보다 급감하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애플은 중국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저가 모델인 아이폰 SE를 출시해 이번 분기에 예상보다 많이 팔기는 했다. 하지만 아이폰 SE의 기본가격은 399달러여서 아이폰 6S(650달러)를 판매하는 것보다 매출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플은 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을 제외하고 세계적인 현상인 스마트폰 성장 둔화를 피해가기 어렵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 짐 수바는 최근 소비자들의 아이폰 평균 보유 기간이 28개월이라고 추산하면서 이는 2013년의 24개월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폰 교체주기가 3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A&T의 임원들은 사람들이 지금 쓰는 휴대전화에 만족하고 있어 새 모델 구매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서치회사 IDC는 지난달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증가율이 3.1%에 그칠 것이라며 전망을 하향했다. 이 업체는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주기가 길어지는 등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바뀐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의 임원들도 최근 스마트폰 판매가 업계 전반에서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FY 2016 3분기에 아이폰 판매 대수는 15% 줄었으며 저가 모델 SE 출시에 따라 아이폰 매출은 23% 줄었다.

아이폰만이 아니라 맥 컴퓨터와 아이패드 태블릿 판매 대수도 각각 11%와 9% 감소했다. IDC에 따르면 애플워치 판매량도 5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하드웨어보다 전망이 밝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클라우드와 애플뮤직, 애플페이 등을 포함한 애플의 서비스 사업은 매출이 19% 증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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