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월간 중성에 게재 확인

소설 <사하촌>의 작가 요산 김정한(金廷漢·1908∼1996)선생이 광복기(1945∼1950)에 썼던 단편소설이 새롭게 발굴됐다.

이순욱 문학평론가 겸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술지 근대서지에 발표한 ‘‘혈탄’으로서의 글쓰기와 문학적 실천’이라는 논문에서 “1948년 10월 10일 부산에서 발행된 월간 ‘중성’(衆聲) 제7호에 요산 선생의 단편소설 ‘길벗’이 게재된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길벗’은 경남 양산 출신의 혁명가 전혁을 모델로 삼고 있다.

소설은 ‘전’과 ‘나’가 인천으로 압송되던 중 대구에서 탈출해 우연히 만난 혁명가 집안의 도움을 받은 뒤 경남 거창, 산청을 거쳐 진주로 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거창읍 경찰서에서 트럭에 동승한 경찰관 무리를 보고 발각될까 두려워하지만 이들이 “우리 서장은 민선(民選) 서장이라오. 친일 반동이 아니랍니다”라며 ‘붉은 기’ 노래를 부르자 주인공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원고지 70장 정도 분량의 소설 말미에 ‘1947년 7월29일’을 표기해 작품을 쓴 날짜가 명기돼 있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는 이승만 정부 수립 이후 좌파 문학인들이 설 자리를 잃었던 시기다.

이 교수는 이번 작품에 대해 혁명가의 단순한 탈출과정을 그린 것이 아닌 동지를 발견하고 연대를 확인하는 여로를 그린 소설로 평가하며 ‘옥중회갑’ ‘설날’의 계보를 잇는다고 밝혔다. 근대 소설사에서 드물게 혁명가를 다룬 소설의 전통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산 연구 전문가인 이 교수는 2014년에도 단편소설 ‘서거픈 이야기’와 연시조 3편, 자유시 3편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요산의 작품을 공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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