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상임위 배정 매끄럽지 않아
나눠먹기식인 배정은 ‘민의 왜곡’
지방선거도 총선 전철 밟지 않아야

▲ 추성태 정치경제팀장

광역시의원은 지역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정치인이다. 울산시의회 의장은 불과 22명의 의원투표로 선출되지만 의전상 시장과 동급수준으로 예우되고 부의장은 부시장, 상임위원장은 국장급 이상의 예우를 받는다. 광역시와 교육청에 대한 의정을 관장하다보니 권한과 특권도 사회적으로 부족하지 않을만큼 많은 것을 누린다. 대부분 기초의회인 구·군의원부터 시작해 일부는 시의원을 발판으로 구·군 또는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더큰 꿈을 꾸기도 한다. 평균 10년 안팎의 중견정치인이자 광역의원으로서 정치초년병의 길을 가고있는 기초의원들에게 모범을 보일 책임도 있다.

시의회가 최근 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 배정을 둘러싸고 보여준 일련의 과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뒤늦게 후반기 원구성을 하면서도 ‘타협과 양보, 조율’이라는 정치의 기본은 찾아볼 수 없었고, 선거의 꽃인 ‘승복의 미덕’도 보여주지 못했다. 의장단·상임위원장 선거와 상임위 배정시 ‘경합과 경선’은 정상적인 선거과정이지만 계파와 파벌싸움만 눈에 들어왔다. 지방정치에서 순수성을 기대하는것은 무리지만 ‘정치꾼’들이 모여있는 중앙정치의 치부같은 것을 지방정치에서 보고싶은 시민들은 없다. 시의회가 새누리당 독점구도가 아닌 여러 당이 복합돼 있었어도 이랬을까.

우여곡절끝에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됐지만 뒤끝은 개운찮다. 애초 상임위 배정을 앞두고 희망상임위 조사에서 선임 상임위로 불리는 행정자치위(5명)에 전체의 절반인 11명이 신청했다. 특정상임위에 대거 몰리다보니 어떤식으로든 조율이 필요했지만 조율과 협의과정이 영 매끄럽지 못했다. 계파싸움으로 직능과 자질, 형평과 균형 등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배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이 안도 저 안도 조합이 안되다 보니 결국 나눠먹기식으로 결정됐다. 일례로 부의장 2명은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했는데도 (관행이라는 이유로)‘부의장이란 감투를 썼으니’ 남들이 가지않으려는 상임위로 강제배정한 것은 정치적 야합이나 술수에 다름아니다.

국회에서든 광역·기초의회든 상임위 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호하는 상임위는 한정돼 있고 신청하는 사람이 많으면 양보와 타협을 통해 조율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원칙과 마인드를 갖고 의견조율을 하는가의 문제다. 전문성을 이유로 같은 사람이 인기 상임위에 계속 배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연령과 정치적 예우차원에서 배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다양성을 중시해 안해본 상임위원회를 우선 배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한 조합을 위해 치열하게 내부논의를 벌이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목적이 차기선거 등을 위한 개인적·정치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면 평가는 달라진다.

울산시의회는 22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20명(더민주1 무소속1)으로 절대다수당이다. 새누리당 중앙당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정치적 파벌인 친박·비박계의 공천권을 둘러싼 불썽사나운 집안싸움으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여기에는 다수당의 병폐와 오만함에 대한 심판도 포함됐다. 지방의회라고 차기 지방선거에서 중앙당의 전철을 밟지않는다고 장담할수 있을까. 선거는 개인적인 자질도 중요하지만 당간판이 많이 좌우한다. 당이 싫으면 개인적 역량이 뛰어나도 선거에서 어렵다. 울산에서 새누리당이 오랫동안 텃밭이자 안방이었지만 지난 총선처럼 언제 내줄지 알수없다. 이미 후반기 시의회 원구성 과정에서 점수를 갉아먹었다.

추성태 정치경제팀장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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