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의 삶과 작품 조명 음악극 ‘봄편지’

연극과 음악 절묘하게 구성...감초 역할 머슴 ‘돌각’ 호평

감동 깬 변사 해설은 아쉬움

▲ 울산 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음악극 ‘봄편지’의 한 장면.
울산 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徐德出, 1906~1940) 선생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음악극 ‘봄편지’(작·연출 박태환)가 지난 27일 중구문화의전당 함월홀 무대에 올랐다.

음악극은 서덕출의 삶에 허구를 적절히 섞어 만든 연극과 음악으로 구성됐다.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그가 지은 동시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그 동시에 곡을 붙여 만든 동요를 들려줬다. 이번 공연에 쓰인 동요중 ‘봄편지’ ‘눈꽃송이’를 제외한 모든 곡을 작곡가 양상진씨가 새롭게 작곡·편곡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서덕출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됐다. 이렇게 좋은 동시들을 많이 썼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무대는 군더더기 없이 단조로웠다. 있어야 할 것들만 있고, 부수적인 것들은 과감히 생략했다.

서덕출 역을 연기한 김정민씨와 그의 머슴 돌각을 연기한 김성대씨 등 배역도 연기자들의 특성과 꼭 들어맞았다. 특히 극 중 감초 역할을 했던 김성대씨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해맑고 유쾌한 돌각은 ‘딱’(공연에서 돌각의 언어) 그를 위한 배역이었다. 박태환 연출이 미리 그를 머릿속에 그려두고 배역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음악극은 전체적으로 따뜻했다. 서덕출의 인생처럼 음악극도 때 묻지 않고 순수했다. 이는 일본인 순사가 나타나 서덕출의 아버지를 체포해 가는 장면에서도 드러났다.

일본인 순사가 등장하면 으레 강압적인 태도로 조선인들을 핍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인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바보 같은 일본인’을 묘사했다. 체포하러 오면서 수갑을 챙겨오지 않는 어리버리함과 행동 하나하나가 야무지지 못함을 행동과 말투로 보여줬다.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서덕출이 지은 동시에 양상진 작곡가가 리듬을 입힌 동요를 들려줬다. 왼쪽엔 앙상블이, 오른쪽에는 서덕출이 열심히 동시를 짓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나비춤’ ‘눈 오는 날의 생각’ ‘고깃배’ 등의 노래를 들려준다.

관객 마음의 절반 이상은 서덕출의 동시가 사로잡았다. 불우한 인생을 살았지만, 문학작품 만큼에는 어둠이 없었다. 해맑은 동심을 담은 동시로 어린이들을 희망의 길로 안내했다. 마지막 곡은 ‘눈꽃송이’였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막이 내렸다.

음악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덕출은 아이들에게도 쉽게 읽히는 시를 썼다’고 강조했다. 공연 분위기도 딱 서덕출의 인생이었다. 서덕출처럼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음악극,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읽히는 음악극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변사의 해설이었다. ‘시인의 삶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로 무대에 오른 그는 공연 중간 중간에 나타나 해설을 들려줬다. 그런데 ‘에잇 정말 안타까워’ 등 관객의 감정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 티라면 티였다. 이런 감정을 변사가 말해주기 보다 관객이 느껴주길 기다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변사 없이 연극과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음악극을 이끌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감동과 여운이 더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한층 보강된 다음 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공연은 30일까지 중구문화의전당 함월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9일 오후 7시30분·30일 오후 3시. 중구문화의전당 함월홀. 290·4000.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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