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영친왕 망명작전’...신파와 거리두기에 성공
영화‘덕혜옹주’ 8월 3일 개봉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를 소재로 삼은 영화 ‘덕혜옹주’가 오는 8월3일 개봉한다. 사진은 ‘덕혜옹주’의 한장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의 간다’로 섬세한 감정 연출을 선보였던 허진호 감독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실존인물로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려 든다.

기구한 운명의 인물을 다루면서 신파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이다.

‘영친왕 망명 작전’이라는 허구적 이야기를 더해 극의 긴장감을 살린 점도 묘수라고 할 만하다.

영화 ‘덕혜옹주’에서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백윤식)는 환갑을 맞아 막내딸 덕혜옹주(손예진)를 얻는다.

나라가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갈 위기의 상황이었으나 덕혜옹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란다.

하지만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상황은 돌변한다.

조선인들이 덕혜옹주를 중심으로 뭉치는 조짐을 보이자 일제는 그를 강제로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가 만 13세 때의 일이다.

일본에서 덕혜옹주는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나 친일파 한택수(윤제문)가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대한제국의 황녀가 아닌 일제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라고 강요한다.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찾아온다. 어릴 적 친구인 김장한(박해일)이 일본군으로 위장해 덕혜옹주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덕혜옹주는 일본에서 오빠인 영친왕(박수영)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김장한은 독립군 비밀조직원으로 영친왕을 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시키려는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영화 ‘덕혜옹주’는 권비영 작가가 2009년에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존인물인 덕혜옹주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불행한 역사의 짐을 떠안아 삶이 파탄 난 개인을 그리면서도 감정의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눈물이 나오는 시점에서 한 발짝만 가고 멈춘다.

8월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7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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