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지형 출렁속 통상마찰 예고…美의 대북정책에도 변화

▲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31일(현지시간)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 대선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1976년 6월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더불어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천명해 자칫 미 대선 이후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급변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와 달리 동맹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있어 현행 한미동맹의 틀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 부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우리의 안보비용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있으나 제재에 방점을 둔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대화에도 상당 부분 비중을 두고 있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무역·통상이슈와 관련해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 기조를 보이고 있어 통상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 집권시…한미동맹-대북제재 강화 속 일부 통상마찰 우려

클린턴은 북핵 등 각종 글로벌 위협과 관련해 다자에 의한 ‘제한적 개입’ 기조 속에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 집권시 기존 한미동맹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물론 점증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동맹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3각 협력 역시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클린턴은 앞서 지난달 2일 외교·안보구상을 처음 공개한 자리에서 “미국은 오랜 동맹들 곁에 붙어 있을 것이다. 동맹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지난 28일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에서도 한미동맹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전 세계 동맹과 함께할 때 우리는 더 강하다”며 동맹 중시 원칙을 재천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클린턴의 입장을 반영한 대선 정강에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 그리고 인권유린 행태를 거론하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는 북한의 독재자를 칭찬하는 동시에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역내 핵무기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한반도 구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아·태지역 핵심 안보축인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클린턴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클린턴의 최측근 외교·안보참모인 제이크 설리번도 최근 전당대회 기간 외신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굳건하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클린턴은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발전시키면서도 일정부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클린턴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친구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할 필요가 있으며 나는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많은 동맹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여기서 논쟁의 핵심은 우리가 동맹과의 관계를 강하게 하느냐 아니면 끊어버리느냐의 여부”라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은 북핵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달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가학적 독재자‘(sadistic dictator)가 이끄는, 지구상의 ’가장 억압적 정권‘(the most repressive regime)인 북한에 의한 위협을 생각해보라”며 자신이 국무장관 재직시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했음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약속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강경한 태세다. 민주당은 이미 대선 정강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에 대해 “북한의 독재자를 칭찬하는 동시에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한다”고 일갈했다.

‘클린턴 정부’ 하에서 동맹강화 기조와는 달리 통상분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대선 정강에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애초의 선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너무나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제는 과도한 (규제)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그런 무역정책을 개발하며, 여러 해 전에 협상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못박은 상태다.

클린턴은 후보수락 연설에서도 “우리가 불공정 무역협정에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여러분이 믿는다면 우리는 중국에 맞서야 한다. 우리는 철강 노동자와 자동차 노동자, 국내 제조업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역설함으로써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보호무역 바람의 직·간접 영향권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집권시…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속 통상마찰 본격화 예상

트럼프는 먼저 동맹의 ‘안보무임 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해 주는 만큼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한국이 지금도 적잖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는 턱없이 낮은 수준인 만큼 대폭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언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금 논란과 관련해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50%라고? 100% 부담은 왜 안 되냐”고 반문해 한국에 방위비 전액을 부담시킬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비록 협상카드 성격이 짙긴 하지만 방위비 분담 증액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트럼프는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 동맹은 “스스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심지어 스스로 핵무장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 온 전후질서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맹체제 자체를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서는 트럼프 역시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maniac)라고도 노골적으로 비판해 왔으며, 공화당은 대선 정강에서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Kim family‘s slave state)라고 규정하며 체제 변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다만, 트럼프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김정은)와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처음 언급한 뒤 지금까지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비핵화라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도 하겠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 중 하나는 바로 통상마찰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현재 1997년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이 1이 사라졌다며 이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에 서명한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에서는 첫 일성으로 한미FTA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은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면서 ”나는 중국과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집권 시 한미FTA를 포함한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캠프의 좌장인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은 앞서 지난 18일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이뤄진 대형 FTA였던 한국과의 협정을 내가 지지했지만, (수출입) 통계들이 나왔고, 수출증가 효과가 그들(오바마 정부)이 내세웠던 약속과 비교했을 때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한미FTA는 실수였다“며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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