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육중한 지게차와 보행자간 사고 예방-제3부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도

▲ 노벨리스코리아는 지게차가 각종 제품을 적재할 때 화물차 운전자가 안전 플랫폼에서 주위를 감시하도록 한다.

지게차는 산업현장에서 각종 자재를 옮기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적재 능력이 적게는 1.5t에서 많게는 30t 가량 된다. 차량 하중 역시 소형 지게차가 약 3t, 대형 지게차의 경우 40t을 훌쩍 넘는다. 도로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지게차는 대표적인 ‘느림보’로 꼽힌다. 지게차는 주행용이 아닌데다 무거운 하중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역시 느림보 운행하는 지게차를 보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공장입구 게이트가드 근로자 보호
지게차 작업땐 수신호 인력 상주
바퀴 휠엔 형광 스프레이로 도색
야간에도 이동 경로 주위서 확인

하지만 지게차의 최대속도는 시속 20~30㎞에 달한다. 도로에선 일반 차량에 비해 느릴 지 몰라도 성인들의 평균 보행속도가 시속 4~5㎞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보다 훨씬 빠른 산업용 장비다. 지게차를 만만하게 여기거나 얕잡아보다간 사고를 당할 위험도 높다. 지게차의 경우 후방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게차는 육중한 탓에 한번 치일 경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울산에서 지게차 사고는 2013년 58건(사망 3명), 2014년 60건(2명), 2015년 43건(3명) 발생했다. 올해는 5월 말 기준으로 지게차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지게차 보다 빠를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 등에 의한 사고가 잦다.

▲ 풍산 울산사업장은 공장 내 코너 부분 바닥에 센서를 설치해 지게차 진입시 음성안내가 나오고 경광등 및 LED 등이 작동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자칫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에 울산지역 기업들은 지게차 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풍산 울산사업장은 지게차 속도가 실외에서 시속 10㎞를 초과하면 운전석에서 100㏈ 이상의 소음이 나도록 했다. 100㏈은 비행기 이착륙시 소음 또는 전동톱 작동 소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실내에선 시속 5㎞로 제한한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20여대의 지게차에 과속 경고음 장치 뿐 아니라 후방카메라, 블랙박스, LED 등을 달았다.

▲ 현대자동차는 야간에도 지게차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포크(물건 들어올리는 부분)와 바퀴 휠에 야광 페인트로 도색했다.

또 지게차와 보행자간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각 공장 입구에 당겨야 문을 열 수 있는 게이트가드를 설치했다. 게이트가드가 없을 경우 근로자가 뛰어가다 진출·입하는 지게차와 부딪힐 위험이 있다. 작업구간에 지게차가 진입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경광등이 켜지는 설비도 8곳에 갖췄다.

한국솔베이 온산공장은 가속폐달을 아무리 밟아도 시속 1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장치를 달았다. 안전속도만 지켜도 사고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성보다 비교적 섬세한 여성을 지게차 운전자로 배정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동서석유화학은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게차 작업의 경우 수신호를 담당하는 인력을 따로 두고 있다. 지게차와 일정 간격을 두고 위치한 수신호 전담 안전요원이 지게차 주위로 접근하려는 근로자를 저지한다. 지게차의 경우 후방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진에 따른 사고 위험이 존재한다.

▲ 동서석유화학은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게차 작업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따로 두고 있다.

노벨리스코리아는 지게차를 이용해 제품을 화물차에 싣거나 내릴 때 화물차 운전자가 일정 거리 떨어진 안전위치에서 수신호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기존에는 화물차 운전자가 지게차 작업공간 인근으로 접근하거나 다른 근로자가 지게차 주위를 지나다 사고가 날 우려가 있었다. 또 지게차 후면에 블루라이트를 설치해 주행 사실을 알리고 지게차·보행자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장 내부에 안전바를 설치해 근로자 접근을 막고 있다.

한국바스프 울산안료공장은 지게차 뒤쪽으로 지나가는 근로자들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후면 안전 블루라이트를 장착했다.

태광산업 울산공장은 지게차와 보행자 통로를 명확하게 구분해 서로 마주치는 상황 자체를 막고 있다.

한국ASK케미칼즈는 지게차 운전자가 볼 수 있도록 후방 카메라를 설치해 후방 시야를 확보하게 했고 지게차 인근을 지나는 근로자들에게 시각적 경고를 주기 위해 사람의 눈에 잘 띄는 LED 블루 라이트를 지게차 후방에 설치했다.

주·야간 각종 부품을 수시로 운반해야 하는 현대자동차는 지게차 후방에 LED 등을 설치해 보행자와의 충돌을 방지하는가 하면 지게차 포크(물건 드는 곳)와 바퀴 휠에 형광 스프레이로 도색해 야간에도 지게차 이동 경로를 주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효성 울산공장은 지게차에 매연 저감 필터를 달아 근로자의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가 하면 보행자와 지게차간 충돌을 막기 위해 사각지대에 이동 감지 센서와 경광등을 설치해 근로자들이 지게차 이동 사실을 미리 알도록 했다.

신한중공업은 보행자가 지게차에 깔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게차 뒷바퀴에 보호 울을 설치했다.

풍산 울산사업장 환경안전팀 김건민 안전담당은 “지게차 사용이 잦은 사업장들은 어떻게 지게차 관련 사고를 막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20억원 이상을 들여 시설을 개선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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