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라주 울산보람병원 일반외과 전문의(유방갑상선전문)가 출산을 앞둔 산모에게 모유수유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있다.

매년 8월 1~7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지정한 세계 모유수유주간이다. 올해 25회째를 맞았으며, 모유수유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지정됐다. 모유수유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1970년대 90%였으나 분유사업의 증가와 모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1997년에는 14%까지 감소했다. 이후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증진 노력에 힘입어 2009년에는 36%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모유수유를 적어도 1년 이상 하는 것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다고 강조한다. 세계 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임라주 울산보람병원 일반외과 전문의(유방갑상선전문)와 함께 모유수유에 대해 알아본다.

아이 발달에 필요한 성분 모두 충족
건강은 물론 정서발달에도 큰 도움
모유량 적을 땐 충분한 수면·휴식을
첫 일주일 내 분유 먹이면 수유 어려워
돌 지나 양 줄어도 성분 일정하게 유지

◇내 아이를 위한 맞춤식 영양식

모유는 10만 가지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성과 중요성의 측면에서 볼 때, 모유는 모든 구성 성분들을 단순히 합친 것 이상의 의미와 복합성을 갖는다.

임라주 전문의는 “모유수유의 특성과 장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종 특이성’이다. 지구 상에는 4322종의 포유류가 있고, 각 포유류의 젖은 모두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미의 젖은 자신의 새끼가 성장하고 발달하는데 필요한 영양의 양과 질을 완전히 충족시키도록 만들어진다. 모든 포유 동물들의 젖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도록 구성 성분이 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모유는 내 아이만을 위한 맞춤식 영양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돌이 지나면 ‘물젖’이 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양이 적어지면서 오히려 초유와 비슷한 농도의 진한 성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돌이 지나서도 모유수유를 할 경우 지방 성분이 증가해 아이를 살찌우는데 도움된다.

이밖에도 모유수유를 할 경우 얻게 되는 장점은 다양한다. 모유수유를 할 경우 아기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들고, 알러지,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또 엄마와 아기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지능력까지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다.

임 전문의는 “아무리 좋은 분유라 해도 모유만큼 좋은 성분과 효용성을 가질 수 없다”며 “세계 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에서 권장하는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수유 방법은 엄마의 유방에서 직접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엄마가 짠 모유를 수유하는 것, 세 번째가 기증된 모유를 수유하는 것, 네 번째가 적절한 모유의 대체 식품(분유)을 수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85% 이상 산모, 정상적 모유수유 가능

세계보건기구는 2년 이상 모유수유를 권고하고 있으며, 기간에 대한 상한선은 없다고 밝혔다.

임 전문의는 “정상 여성의 평균 모유 분비량은 하루 750~800㏄이며 엄마의 영양 공급이 부실해도 모유에는 적절한 영양분이 함유돼 있어 안정적이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모유수유는 정상적인 생리 과정이므로 특별히 비정상적인 유방을 가지거나 호르몬 결핍 환자를 제외한 85% 이상의 산모는 정상적으로 모유수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모유수유는 얼마나 자주 하는 것이 좋을까. 신생아(출생후 28일 이내)는 위의 용적이 작으므로 비교적 자주 먹게 된다. 태어나자 마자 먹는 양은 구슬 한 알 크기의 초유에도 위가 가득 찰 정도라고 한다.

임 전문의는 “신생아는 아기가 찾을 때마다 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 점차 성장하면서 위 용적도 늘어나고 모유 내 지방 성분도 높아지면서 수유 간격이 길어진다. 신생아 시기에는 두시간 간격으로 모유수유를 하다가 점차 길어지면서 3~4시간 간격으로 늘어나고, 7~8개월 정도가 되면 밤중 수유를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유수유 첫 일주일이 가장 중요

젖양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 고민하는 수유부들도 많다.

임 전문의는 “젖양이 너무 많은 경우 유방울혈이나 유선염이 더 잘 생긴다. 따라서 아기와 엄마가 모유량이 어느 정도 맞춰질 때까지는 울혈이 생기지 않게 수유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너무 심할 경우 모유량을 줄여주는 약물을 쓸 수도 있다. 반대로 모유량이 너무 적은 경우 효과적이고 잦은 수유를 통해 유방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은 모유량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모유량을 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 생리적으로 모유가 부족한 산모는 2~3% 내외로 드물다. 누구나 젖이 적게 나오는 시기인 모유수유 첫 일주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바로 분유를 먹이게 되면 아이가 엄마 젖꼭지와 우유병 젖꼭지를 혼동하는 유두 혼란 현상으로 인해 우유병만 찾게 돼 결국 모유 수유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젖의 양은 자주 물릴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산모 스스로 인내심과 자신감을 갖고 모유수유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뿐 아니라 모유의 성분에 대한 오해도 많다.

임 전문의는 “모유수유를 하면 인공 수유보다 변을 자주 보며, 거품이 있는 변을 하루에 10번 이상 보기도 한다. 이는 성장하면서 1~2개월 이내에 개선되는 현상으로 정상이다. 또 설사를 하더라도 모유에는 항염증 작용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보람병원은 지난 2004년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모유수유권장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보람병원은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의료진을 중심으로 간호사 및 전직원이 모유수유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별도로 전담팀을 구성해 산모들의 모유 수유를 돕고 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