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일상복귀 다양한 노력
범죄피해자 회복 돕는 드림캠프

▲ 김병조 울산 남부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얼마전 범죄피해자 가정과 함께하는 2박3일의 아주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범죄피해자 전담경찰관제도 시행 2주년을 맞아 범죄 피해자의 회복과 그 가정의 화목을 위해 다양한 스포츠와 레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행복드림캠프를 마련했다.

캠프에서는 전국의 각 지역에서 강력범죄 및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은 22가구, 72명이 참석했다. 각 지방경찰청 소속 범죄 피해자 전담경찰관 22명이 동행했고, 경찰청에서는 이동버스와 기념선물, 먹거리 등을 준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행사 운영에 필요한 각종 콘텐츠들을 지원했다.

필자도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범죄피해자 전담경찰관의 한 명으로 이번 캠프에 참여했다.

필자와 함께 캠프에 간 가정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울산의 한 여고생과 그 학생을 키우는 친할머니였다. 여행 첫날 학생은 다소 긴장하고,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일정이 이어지는 동안 비슷한 상황에 처한 또래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챙겨주면서 어느새 사고 이전의 밝은 여고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체험을 하고 강원도 놀이공원에서 놀기도 하면서 두터운 정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캠프를 다녀와서 여학생의 할머니는 필자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자필로 꾹꾹 눌러 쓴 할머니의 편지에는 “여러모로 도와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내용이 정성스럽게 담겨져 있었다.

넉넉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애지중지 키운 손녀가 뺑소니라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범죄로 인해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가는 모습과 그것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애틋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날이 잔인해지고 심각해지는 각종 범죄를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나아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에도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연재해·테러·폭행 등 다양한 종류의 트라우마를 다루면서 연구·교육·치료를 위한 통합 시스템 역시 잘 갖춰져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는 캠프를 다녀온 후 범죄 피해자를 종합적으로 케어하는 미국 국립PTSD센터, 국민에게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춘 영국 PTSD센터, 상담·진료·정보 보급 등을 체계화한 일본 트라우마센터 등 선진 사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하루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가 제로인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경찰의 제1의 목표이겠지만 범죄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1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 캠프에 함께 간 여고생과 할머니에게 답장을 하고 싶다. “더욱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저와 울산경찰은 항상 곁에 있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김병조 울산 남부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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