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안저수지 둘레길을 따라가다 첫 번째 다리에서 탑골샘까지 4㎞의 계곡 산행이 시작된다. 낙엽 쌓인 오솔길이 이어지고 맑고 푸른 물이 쉼없이 흐른다. 선녀탕 근처에서 산객들이 나무그늘 아래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일 푹푹 찌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울산 젖줄인 태화강의 발원지 탑골샘은 어떨까.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白雲山, 907m) 중턱의 절터에 있는 탑골샘은 홍수로 탑이 굴러 내려와 아랫마을을 탑골이라 부른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백운산은 태화강 발원지 탑골샘이 있고, 포항 형산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산꾼들은 꼭 가고싶어하는 산이다.

오지마을인 내와마을서 출발해
미호천 ·복안저수지 등 지나면
곳곳에 소 지천인 가매달 계곡
서늘한 물살 산행객 발길 잡아
탑골샘 입구엔 ‘산자분수령’ 글귀

태화강 발원지는 현재 이원체제로 관리되고 있다. 백운산 탑골샘(47.54km)은 최장거리 발원지, 가지산 쌀바위(46.17km)는 역사적·상징적 발원지로 각각 나뉜 것이다.

▲ 탑골샘 계곡 산행이 시작되는 복안저수지를 미호못으로 부르기도 한다. 만수면적 22㏊에 총저수량 193만6000㎥에 이른다.

탑골샘은 태화강 하류까지 가장 긴 지류로, 이곳에서 발원하는 물은 대곡천으로 흐른다. 탑골샘은 반경 3m 주위에서 하루 약 16t의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탑골샘을 가려면 대개 오지마을인 내와마을에서 시작한다.

내와마을은 조선 헌종 5년 기해박해(己亥迫害, 1839)가 일어나자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숨어살았고 해방후에는 빨치산이 활동했던 깊은 산중이다. 탑골샘 입구에 있던 탑곡공소는 태풍 피해로 내려앉게 되고 독가촌 강제이주 정책으로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백운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감태봉 아래에는 신라의 명장 김유신(金庾信)이 18세 때에 산신에 기도해 적을 물리칠 힘을 빌었던 수련장이라는 석굴이 있다.

탑골샘을 가기 위해 내와마을 회관에서 발걸음을 시작하면 삼백육십오일사(寺) 이정표가 보인다. 이어 탑골샘 입구까지는 철탑이 있는 산이 길잡이가 되어준다. 등산로 초입에서 1시간정도를 걸어야 찾을수 있다.

길 오른쪽의 소나무 숲 사이로 등로가 보이는데 삼강봉까지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삼강봉 아래에서 탑골샘으로 가는 길과 연결된다.

삼강봉(三江峰, 845m)은 정상에서 내려온 물이 태화강, 형산강, 밀양강으로 각각 흘러간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지명 유래가 전해진다.

산행코스는 주로 2가지 코스로 이뤄진다.

첫째는 탑곡공소 이정표 주차장~태화강 발원지 탑골샘~삼강봉~김유신 기도굴~백운산~선재봉~주차장을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며 GPS상 거리는 약 8.6㎞다.

둘째로는 보림사 앞 주차장~태화강 발원지 백운산 탑골샘~호미지맥~삼강봉~백운산~폐목장~585.3봉(605m 선재봉)~말구부리길~백운암~탑곡공소 터로 원점회귀하는 7.93㎞코스다. 말구부리는 상선필에서 탑골마을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으로, 급경사길 때문에 말이 구부러졌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그러나 참기 힘든 무더위를 피해 복안저수지~탑골샘 구간을 걷기로 했다. 태화강100리길 제4구간 중 일부다.

태화강100리길은 총거리 48㎞로 총 4개 구간으로 조성돼 있다.

제1구간은 명촌교~태화강 십리대숲~태화강 전망대~배리끝~선바위~망성교 간 15㎞, 제2구간은 망성교~한실마을~반구대암각화~대곡박물관 간 15㎞, 제3구간은 대곡박물관~화랑체육공원~두광중학교~유촌마을입구 간 7㎞이다,

제4구간은 유촌마을 입구~유촌마을~하동·중동·상동마을~복안저수지~탑골샘 간 11㎞이다. 복안(미호)저수지의 풍광을 바라보며 산길과 계곡을 지나 탑골샘까지 이어진다.

태화강100리길 중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며 복안저수지~탑골샘 구간은 99개의 소(沼)가 있다고 할만큼 수량이 풍부하다.

복안저수지를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으로 ‘울주군 두서면 아미산못길 34’ 또는 ‘신우목장’을 검색하면 편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이 2014년 스타팜(StarFarm)으로 선정한 울산지역 6곳 중 하나로 한옥펜션과 낙농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좁디좁은 골목 어귀를 지나자마자 미호천(嵋湖川)이 시작된다.

▲ 미호리에서 탑골로 이어지는 가매달에는 선녀탕을 비롯한 10개의 소(沼)가 줄지어 있다. 이름 모를 동굴이 눈길을 끈다.

미호리 하동, 중동, 상동마을을 거쳐가는 개천길에 졸졸졸 물소리가 정겹다.

하동마을에는 집집마다 어귀에 잡귀를 물리친다는 엄나무가 서있다. 중동마을에는 키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푸르름을 발산하면서 눈길을 끈다.

저 들판에 앉아있는 한쌍의 백로가 경계의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다 날아간다. 이방인의 출현이 달갑지 않은가보다.

한우불고기로 유명한 봉계와 가까워서인지 유난히 축산농가가 많이 보인다. 가을이 되면 저 낮은 산의 단풍이 참 아름답겠다.

상동마을에서 미호못길을 따라 복안저수지 입구에 도착했다. 태화강100리길 중 계곡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차량통제를 위한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하지만 닫힌 출입문 오른쪽으로 들어설수가 있다. 저수지 입구에는 잎이 넓고 큰 나무가 하나 눈에 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는 오동잎.

복안저수지를 마을 사람들은 미호((嵋湖)못으로 부른다. 한국농어촌공사가 1996년 저수지를 확장하면서 복안저수지로 명명했다고 한다.

만수면적 22㏊에 총저수량 193만6000㎥에 이르며, 둑의 길이는 205m, 높이는 39m다. 복안저수지 둘레길은 약 1.6㎞. 눈부시게 푸르른 산림도 폭염에 지쳐있지만 물속에 비친 녹음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복안저수지를 지나면 탁골, 은골, 갈밤미기골, 가마골, 앞들을 거쳐야 탑골에 이른다. 계곡을 따라가면 가매달 계곡과 개미허리골을 지나면 탑골 입구인 마당미기가 나온다.

저수지 둘레길을 오른쪽으로 따라가다 다리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계곡 산행이 시작된다. 탑골샘까지는 4㎞거리다.

큰 저수지를 뒤로 한채 계곡을 따라 걷는 고즈넉한 길은 넉넉함이 함께 전해진다. 물소리, 새소리에 귀가 열리고 벌써 붉어진 단풍나무도 눈이 띈다. 내리쬐던 햇살이 나무 그늘을 파고들지 못해 열기가 금세 사그라들었다. 폭염속에서 벗어나자마자 가을속으로 훌쩍 빠져들었다.

계곡 옆으로 낙엽 쌓인 오솔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맑고 푸른물이 쉼없이 흐르고 흐른다. 막힘도 그침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웅장한 소리까지 낸다. 저절로 발길이 멈춰지고 감탄사도 절로 나온다. 잠시라도 발을 담갔다가는 물에서 죽치고 싶을 것 같다.

과거 화전민들이 참숯을 굽던 숯가마도, 달천철장의 열기를 식히던 쇠부리터도 군데군데 발견된다. 이 길을 따라 속도를 내는 것은 계곡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차고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달팽이처럼 천천히 걷는다.

미호리에서 탑골로 이어지는 가매달에는 10개의 소(沼)와 6개의 징검다리가 있다.

여느 계곡에서 만날수 있는 선녀탕도 있고 구렁이가 약이 올라 빠져 죽었다는 구이소도 있다. 소금장수가 계곡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소금가마를 빠뜨리면서 계곡물이 짠물로 변했다는 소금쟁이소, 가마가 타고 계곡을 건너던 색시가 미끄러져 빠져 죽었는데 그 가마속에 둔 요강을 닮은 요강소 전설도 전해진다.

이어지는 계곡에는 손만 내밀면 서늘한 바위틈에 붙은 다슬기를 후회 없이 잡을것만 같다. 탑골은 이중삼중의 작은 폭포가 이룬 석빙고 나라였고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은 교향악으로 다가왔다.

계곡이 끝나고 백운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개를 넘어 내와마을 갈림길이다.

영남알프스 둘레길 이정표도 서 있다. 길옆에 세워진 간판이 참 많다. 구화사, 벽운암, 보림사, 불탑사, 삼백육십오일사, 샬롬수련원, 탑곡정토수련원 등 사찰도 많고 수련원도 많다.

탑골샘 입구 나무다리에는 ‘山自分水嶺’(산자분수령)이라는 글귀가 있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인 여암(旅菴) 신경준(申景濬, 1712~1781)의 산경표(山經表)에 나온 말이다.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는 고개’라는 뜻으로 산과 강을 보는 기본원리이며 백두대간의 원리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탑골샘은 흐르는 물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귀기울여보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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