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수제돈가스 전문점 '돈까수'

▲ ‘돈까수’의 돈가스는 바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위해 소스를 종지에 따로 담아 제공한다.

이재현(45) 수제돈가스 전문점 ‘돈까수’ 대표는 울산 중구 중앙동 사람이다. 단 한번도 중앙동을 떠난 적이 없다. 울산 유일의 ‘시내’로 통하다가 지금은 ‘원도심’으로 불리는 곳, 옥교동과 성남동의 외진 구석을 손바닥처럼 훤히 보고자란 이 대표가 3년 전 느닷없이 수제돈가스 집을 열었을 때 동네 어르신들은 반신반의했다. 20년 간 사진관을 운영했던 그가 식당일에서도 과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메뉴인 돈가스는 이미 각종 프랜차이즈의 단골음식이었고, 그런만큼 차별화로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가게는 한번 맛 본 그 맛을 잊지못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적지않은 블로거들이 단골가게로 추천하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10대 청소년, 젊은 연인이나 직장인, 40~50대 중장년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가게를 꾸준히 찾아온다.

중구 중앙동 토박이 이재현씨
3년전 수제돈가스 집 열어
깔끔한 맛으로 꾸준한 사랑 받아

매일 아침 식재료 장만하고
두번 튀긴 생등심 사용
돈가스와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 개발
세가지 철칙은 꼭 지켜

◇일식요리 돈가스의 첫 출발

돈가스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식요리다. 처음 출발은 서양의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이었다.

▲ 달짝지근한 규동(우삼겹덮밥).

원래 일본은 육식을 즐기지 않는 나라였다. 7세기 덴무천황이 불교 율법에 따라 육식을 엄격하게 금지했는데, 그 전통이 1200년 간 이어지며 사람들의 식습관을 지배했다. 스시나 나베 등 각종 생선 요리가 발달하게 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1890년대 말, 서양문물이 급속하게 들어오면서 더이상 육식을 외면할 수 없게됐다. 메이지천황이 직접 고기를 먹고 우유를 권하는 행사까지 열 정도였다. 서양적 근대화를 하루빨리 이루자는 전략적 목적도 거들었다. 하지만 육식에 익숙하지않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식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이에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고 보급하게 됐는데, 그 것이 바로 돈가스(豚かつ)라는 것이다.

▲ 매콤한 맛이 일품인 해물야키우동(볶음우동).

1895년 도쿄 긴자거리의 한 요리사가 포크 커틀릿의 조리법을 활용해 얇게 썬 돼지고기를 기름에 지져냈다. 당시의 이름은 ‘포크 가쓰레쓰(カシレシ)’. ‘커틀릿’의 일본식 발음이다. 1920년대를 지나면서 포크 가쓰레쓰는 요즘의 돈가스에 더욱 가깝게 변해갔다. 또다른 요리사가 돼지고기를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 뒤 밀가루와 빵가루를 덧씌워 튀겨냈기 때문이다. 돼지를 뜻하는 ‘포크’는 돼지 돈(豚)자로 변했고, 가쓰레쓰는 부르기 쉽도록 가스(かつ)로 줄였다.

돈가스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들어왔다. ‘경양식(輕洋食)’ 식당의 주메뉴로 한때는 최고의 외식으로 간주됐다. 70~80년대에는 데이트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로 성장했다. 이후 외식문화가 점차 발전하면서 돈가스의 대중화가 이뤄졌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 ‘돈까수’ 이재현 대표가 수제돈가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제돈가스 전성시대

이재현씨의 돈가스는 대중화를 거듭하다 냉동음식 수준으로 전락한 돈가스를 애초의 수제기법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저며 썬 뒤 기름기나 힘줄이 있는 곳에는 칼집을 넣고 칼등으로 자근자근 두드려서 두께를 고르게 한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 등을 뿌려 놓는다. 여기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풀어서 씌운 다음 젖은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다. 돼지고기 위에 소스를 흥건하게 뿌려내는 한국식 돈가스와 달리 튀김을 먹기 좋게 조각낼 뿐, 소스는 종지에 따로 담아 찍어먹도록 한다. 그래야 바싹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전만해도 울산 시내에 수제돈가스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젊은층의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요즘은 수제돈가스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넘쳐난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는 비결을 묻자 이 대표는 “정답이 따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깊은 맛의 한식과 달리 일식은 깔끔한 맛을 유지하는 재료 간의 비율과 배합이 중요하다”고 일러줬다. 여기에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 철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신선도다. 식재료도 모두 당일분만 들여와 매일 아침 장만한다. 얼리지않은 생등심만 사용하고, 주문과 동시에 오픈형 주방에서 즉석으로 튀겨낸다. 두번째는 조리과정이다. 그는 낮은 온도에서 한번, 높은 온도에서 또 한번, 두번 튀긴다. 두툼한 고깃살을 고루 익힐 수 있는데다 온도차 때문에 기름이 빠져나가면서 속으로는 육즙을, 겉으로는 바싹한 질감을 동시에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주메뉴 돈가스와 어울리는 메뉴를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다. 매콤한 맛 해물야키우동(볶음우동)은 고소한 돈가스와 같이 먹을 때 최상의 맛을 낸다. 달짝지근한 규동(우삼겹덮밥)도 마찬가지다. 이를 세트메뉴로 엮은 점심특선 아이디어는 주변 직장인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다.

 

이 대표는 “마흔 늦깎이에 대학(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가고, 나이 어린 스승에게 일을 배웠다”며 “철칙만큼 초심을 잃지 않는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초심은 늘 배우고 연구하는 낮은 자세를 잊지 않겠다는 것. 자신의 별명을 ‘돈가스 쪼매 아는 남자’라고 스스로 정한 것도 그 같은 겸손의 태도를 잊지않기 위해서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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