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햄버거 그리고 정크푸드

“햄버거 치는 날이니 모두 집합.”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선배의 한 마디에 뭔지도 모르고 ‘부쳐주방’에 모였다. 큰 플라스틱 통에 소고기, 야채, 케첩, 빵가루를 넣고 만든 햄버거 반죽이 가득 찼다. 숙련된 부쳐장이 반죽을 200g씩 분할을 하면 박자에 맞춰 타닥타닥 소리에 맞춰 햄버거를 치댔다. 양손으로 손을 아래위로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은 어떤 음악의 박자보다 정겨웠다. 막내였던 내가 흉내를 내보지만 엇박자에 손과 반죽이 따로 놀았다.

유목민 타르타르족의 육회가
독일 함부르크 스테이크로 진화

군대 새우버거, 사실은 명태버거
패티의 새우용량은 20%에 불과
저질재료 사용이 정크푸드 만들어

5g이내로 오차 없이 반죽을 하기까지 꽤 오랜 경험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부쳐주방’은 고기(생선·육고기류·가금류)를 영업장에서 쓰기 좋도록 손질해서 제공하는 부서. 과거에는 훈제박스에 장작을 태워 연어·송어·참치 훈제도 했고 소시지도 직접 만들었다. 어느 시점부터 인력이 줄고 ‘부쳐’ 일만 하기에는 기성품이 너무 잘 나오면서 지금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호텔에서 부쳐장은 호텔 살림을 책임지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햄버거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미국 대표음식처럼 보이지만 미국도, 독일도 아닌 아시아 대초원에 살았던 유목민 타르타르(Tartar)족이다. 그들은 말안장 밑에 고기를 깔고 다져 연하게 한 다음 소금, 후추, 양파 즙으로 조미해서 날로 먹었다. 그것이 흡사 우리가 먹던 육회였다면, 독일 상인들이 먹기 좋게 익힌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지금의 햄버거가 되었다고 한다.

군(軍)에서 제공되는 ‘군대리아’의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주요 내용물인 패티(patty)의 질이 부실할 뿐 아니라 새우버거패티의 새우용량은 20%밖에 되지 않고 연육 40%나 들어간 사실상의 ‘명태패티’라는 것. 연육 성분은 대부분 새우와 식감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싼 ‘명태’로 이뤄져 있다. 결국 군에서 제공하는 새우버거패티는 명태패티나 다름없는 셈이다. 다만 현재 버거패티와 같은 즉석조리 식품의 경우 명태를 40%이상 첨가한다고 해서 ‘새우패티’라는 표기를 규제할 규정은 없다. 자식을 군에 보낸 뒤 맛난 음식을 시켜먹기가 죄짓는 것 같아 꾹꾹 참다가 휴가를 나온 아들 녀석이 시켜먹자고 하는 대부분의 배달음식은 정크 푸드였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정크(junk)의 실제 의미는 ‘쓸모없는 물건, 폐물, 쓰레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패스트푸드인 햄버거, 피자, 과자, 감자튀김, 팝콘, 탄산음료, 닭고기튀김, 아이스크림, 라면 등이 정크 푸드다. 이들의 공통점은 영양가는 없고 칼로리는 높고 인공첨가물과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중독성이 높다. 인간의 뇌에서 정크 푸드의 욕구가 자극하는 부분이 마약과 같을 정도로, 정크 푸드도 마약처럼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영양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차라리 굶는 게 나을 정도로 몸에 좋지 않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

정크 푸드의 대표적 음식은 햄버거다. 미국에서는 매초 200명의 미국인이 1개 이상의 햄버거를 소비한다고 한다. 정크 푸드는 ‘바쁜 현대사회에 싼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상에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 불어 닥친 웰빙바람에 편승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의 건강과 장수에 걸림돌이 되는 최고의 적(敵)으로 내몰려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이 됐다.

타고난 정크 푸드는 없다. 모든 식품은 영양소 공급, 기호성, 편리성 등 고유의 좋은 기능이 있지만 미량이나마 독성 위해인자를 갖고 있다. 즉 햄버거, 피자 등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한 끼 때울 식사로 제공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신선하지 못하고 품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한 군대리아 같은 것이 문제다.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의지가 상술을 이기지 못한 결과일 게다.

 

◇초당두부 들깨탕

△주재료

초당두부(일반두부) 1모, 들기름 20㎖, 멸치육수 100㎖, 취나물 50g, 국간장 30㎖, 소금 조금, 간 마늘 30g, 들깨가루 50g

△만드는 법

①두부는 2㎝크기로 잘라 소금 간을 해서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굽는다.

②취나물은 데쳐 마늘, 소금, 참기름을 넣고 살짝 볶는다.

③멸치육수는 다시마, 무, 파를 넣고 끓인 후 체에 거른 다음 들깨가루와 섞어 소스로 만든다.

④접시에 구운두부를 놓고 소스를 뿌린 다음 취나물을 올려 마무리하면 건강식 두부요리가 완성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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