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 첫 날, 텐만구(天滿宮)신사를 출발한 수레가 오사카 시내를 돌면서 마츠리 분위기를 북돋운다.

일본어 마츠리(祭·まつり)는 우리의 축제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어원은 마츠루(まつる·바치다)다. 원래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종교의식에서 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축하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를 총칭한다.
 

헤이안 시대에 억울하게 죽은
정치인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원한 풀어주기 위해 시작된 축제
기온마츠리·산자마츠리와 함께
일본의 ‘3대 마츠리’로 유명세
해마다 130만명의 관광객 찾아

일본 전역에서 일년 내내 펼쳐지는 마츠리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축제와도 종종 비교된다. 하지만 행사의 기원을 더듬을 때는 좀 달라진다. 짧게는 200~300년, 길게는 1000~13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 지난 달 열린 오사카의 여름축제 텐진 마츠리를 다녀왔다.

▲ 배에 승선한 관람객들. 사전신청이 일찍 마감된다.

수천여 개에 달하는 마츠리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마츠리는 따로 있다. 교토(京都)의 기온마츠리(祇園祭), 도쿄의 산자마츠리(三社祭), 마지막으로 오사카의(大阪)의 텐진마츠리(天神祭)다. 가장 오래된 마츠리는 1300년 전에 시작된 도쿄의 산자마츠리다. 어느 여름날 형제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걸린 관음상을 발견했다. 이를 절에 모시면서 시작된 제의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토의 기온마츠리는 9세기 흑사병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를 쫒기위해 시작했다. 사람들은 신을 달래고 재앙을 쫒기위한 방편으로 야마보코(호화롭게 장식한 수레)를 만들었다. 수십여 대 수레를 만들어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이며 행렬하는 장면이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마지막 세번째, 오사카의 텐진마츠리는 앞서 두 마츠리와 달리 축제가 시작된 시기와 관련 인물이 명확하다.

▲ 강에 띄워진 배 위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참가자들.

이 축제는 원래 역모죄로 억울하게 죽은 스가와라 미치자네(管原道眞)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그는 헤이안시대의 정치인으로, 오늘날에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있다. 949년 당시 일본의 수도였던 오사카에 텐만구(天滿宮)신사를 짓고, 951년 신사 근처의 오가와(大川) 강가에서 가미보코(나무로 만든 일종의 창과 비슷한 무기)를 떠내려가게 한 뒤 창이 도착한 곳에 제단을 쌓고 의식을 치른데서 비롯됐다.

1000여년 이상을 이어 온 이 축제는 일본을 대표하는 동시에 물의 도시 오사카의 여름축제다. 신사의 주변을 이루는 상점가와 골목, 대로변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에서도 행사가 펼쳐지며 수륙일체(水陸一體) 축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 사자춤에 이어 꽃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 행렬단.

첫 날인 7월24일은 호코나가시 해사를 기점으로 카퍼레이드, 타이코(북연주), 사자춤, 어린이행진 등이 펼쳐진다. 둘쨋날인 25일에는 텐만구신자의 본전에서 의식을 끝마친 미코시(신의 혼백을 모신 가마)행렬이 텐만교를 향해 지상 퍼레이드를 펼친다. 오후에는 신사모형의 가마를 실은 성스러운 배가 약 100여 척의 강가의 배들과 함께 강을 따라 떠내려간다.

주요행사 중 하나인 리쿠토교(陸度御)는 오사카텐만구에서 승선장까지 약 4㎞를 운반하는 행렬이다. 이 행렬에는 3000여명이 참가한다. 행렬의 선두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만든 큰 북이 서고, 뒷무리에는 헤이안시대의 귀족복장을 한 남녀 무리가 따른다.

▲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한 자오도리 춤꾼들.

신령을 모신 가마가 배에 옮겨지면, 오가와강을 거슬러 올가가는 행사가 시작된다. 강 위에 띄워지는 배는 모두 4종류다. 학문의 신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안치한 배, 북을 치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배, 신을 모신 인형으로 장식한 배, 마지막으로 협찬단체나 시민들이 타고 함께 따르는 배로 구성된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강변에는 많은 불빛과 등불이 밝혀진다. 수많은 배들이 강을 왕래하면서 축제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때 배가 서로 엇갈려 지나가면 미리 정해진 구호와 박수로 서로 화답한다.

동시에 강 주변에서는 2시간 동안 하나비(불꽃놀이)도 펼쳐진다. 텐진마츠리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끌며 장관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년에 한번 펼쳐지는 광경을 보기위해 해마다 130만명이 웃도는 관광객이 오사카를 찾아온다. 이들은 강변에 서서 관람을 하기도 하지만, 직접 배에 승선해 함께 이동하며 즐기기도 한다.

18세기 전반 신사 이외에 마츠리를 운영하는 별도의 조직이 만들어져 오사카 번영의 상징으로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이후 막부 말기의 정변과 세계대전으로 잠시 중단됐으나, 1949년 다시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청년들이 큰 북을 번갈아 치면서 구령을 외치고 있다.

이번 텐진마츠리 현장답사는 울산시 중구가 해마다 개최하는 300년 역사의 마두희축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진행됐다. 축제의 장엄함은 둘째치고, 행사의 연혁과 규모는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텐진마츠리에서 차용할 단 하나의 시사점을 꼽으라면, 우리처럼 관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단체 스스로가 축제를 기획하고 구성한다는 점이었다. 가마를 끌고 제의에 참여하는 직접 참가자들은 1인당 4만엔(한화 약 44만원)의 부담금을 주최측에 내야했다. 개인부담을 기꺼이 감수하고 참가하는 인원 수는 줄잡아 2000여명 선. 각종 협찬금과 기부금도 마찬가지였다. 신사를 중심으로 주변의 상가와 상인회, 기업체와 시민단체 등이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보고 돌아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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