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동백 관련 문화콘텐츠 개발
축제 개최 등 관광상품화 나서야

▲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원

“한 많은 사백년을 망향에 울면서도 시루성 지킨 얼로 꽃피운 나무여 울산만 멀어질 땐 얼마나 울었던가 얼마나 몸부림치며 울었던가. 아, 민족혼서린 꽃 울산동백 고향땅 돌아와 뿌리내리니 곱디고운 꽃 더욱 곱게 피우리…”

‘울산동백의 노래’ 일부분이다.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울산 문학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최종두 시인이 작사하고 이한나 중앙대 교수가 작곡한 노래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울산동백에 담긴 민족의 얼과 혼, 질곡의 세월이 담긴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노래의 주인공인 울산동백은 임진왜란 당시 학성을 점령한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화려한 자태에 반해 일본으로 가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쳤고, 교토 지장원에서 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동백은 한 나무에서 흰색과 진분홍, 분홍 등 다양한 색의 꽃잎이 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꽃이 질 때는 일반 동백처럼 꽃잎이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고 벚꽃처럼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이라 불린다. 왜장이 약탈한 수많은 우리의 보물과 함께 울산동백을 일본으로 가져간 걸 보아도 그 아름다움이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가는 대목이다.

이 울산동백을, 지난 1989년 최종두씨 일행이 발견해 수년간의 노력 끝에 1992년 울산으로 가져왔다. 울산시승격 30주년이었던 그 해 처용문화제 시민축제위원회 집행위원장이었던 최씨 일행이 되찾아온 울산동백은 400년만인 6월1일 울산시청 뜰에 심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울산동백은 이야깃거리가 넘치고 생태·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우리 시민들의 기억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욱이 울산 중구의 학성은 울산동백의 자생지로 그 역사적 의미를 내포, 동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 개발이 시급하다. 올해 초 중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돼 ‘울산동백이 피는 온새미로 마당’ 사업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울산동백이 지닌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 상징성 등을 따져볼 때 사업의 규모나 내용면에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직은 아쉬움이 많다.

오히려 지역의 한 문인이 홀로 노랫말을 만들고 역사적 자료를 수집, 본인의 손으로 되찾아 온 울산동백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바친 지난 24년의 노력에 비하면 지금껏 우리 모두는 울산이 가진 문화콘텐츠 찾기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얼마 전 중구 문화의 전당에서 의미있는 공연이 있었다. 태화루예술단은 400년만에 울산으로 귀향한 ‘울산동백’을 모티브로 ‘여민동락’이란 공연을 펼쳤다. 신명나는 우리가락과 춤이 조화를 이루며 울산동백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 울산이 가진 문화와 역사의 정체성을 알리려 노력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울산동백을 보전하고 이를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동백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꽃이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은 아침 메뉴를 묻는 질문에 ‘카멜리아(동백)’라고 답할 정도로 동백을 사랑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금도 동백은 샤넬의 디자인모티브로 활용되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울산동백은 단순한 꽃 이상이다. 유래 없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희귀종이며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사실은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손색이 없다. 울산동백의 자생지였던 학성공원을 중심으로 정식 명명식을 갖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해 축제와 관광상품화에 나서야 한다. 어쩌면 울산이 세계동백문화의 본산지가 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해 봐야 한다.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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