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경험하지 못한 삶 누려야
산책·독서는 성장의 지름길

▲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학교는 더위를 피해 방학에 들어갔다. 방학은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쉬는 시간이다. 필자는 방학생활을 마치고 개학할 때는 학생들이 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변해 있기를 희망한다. 생각이 깊어지고 말과 행동에 품위가 있어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나고 싶다. 울산에서 태어났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우리 학생들이 이번 방학을 통해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으면 한다. 방학을 잘 보내려는 학생들에게 필자의 생각을 전해주고 싶다.

첫째, 자주 산책하라. 혼자 걸어도 좋고 누구와 함께 걸어도 좋다. 천천히 걷는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해 보아라. 그것이 즐거운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생각하면서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보자. 새벽에 일어나 가까운 뒷동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도 좋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걷다보면 여명을 깨우고 뜨는 햇빛의 눈부심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아라. 혹은 저녁시간 조용한 강가를 걸으면서 하루의 삶을 마감하는 태양의 장엄한 노을을 바라보아라. 생애 마지막을 붉게 타다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고 우리 삶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내 모습을 강물에 비추어 보아라. 저 우주는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해보고 발밑으로 기어가는 개미는 어떻게 삶을 연명하는지 생각해보아라. 그러다 의문이 생기면 호젓한 벤치에 앉아 스마폰으로 검색해 의문를 풀어보아라.

둘째, 한 권의 책을 가져라. 학교 다닐 때 감명깊게 읽은 책을 물어올 때 주저없이 대답할 수 있는 책 한권을 가져라. 단편소설이라도 좋고 철학 서적이라도 좋다. 그것이 사람 책이라도 좋다. 누구를 만나 그 사람에게서 감동적인 느낌이 있다면 그 느낌을 한 권의 책으로 오래 간직해라. 감동을 오래 간직하려면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어야 한다. 그 책에 푹 빠져 보아라.

셋째, 가끔 글을 써보아라. 어느날 공부하다가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거라. 혹은 감동적인 영화를 보았을 때 그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 보거라. 훗날 그 글을 다시 보면 감동이 새롭게 살아난다. 혹은 슬픈 일을 당했다면 그 때도 글로 그 슬픔을 기록해 보아라. 정녕 쓸 것이 마땅하지 않으면 일기를 쓰듯이 하루의 일과를 시간 흐름에 맞추어 기록해 보아라. 그것도 훌륭한 글이 될 수 있다. 글 쓰는 재주가 없다면 교과서나 마음에 와 닫는 좋은 문장을 필사해 보거라. 책을 펴 놓고 그대로 따라 쓰다보면 단어와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용을 음미하게 되고 책을 정독해서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사는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도 하다.

넷째, 매일 입과 귀를 영어에 짧은 시간이라도 노출시켜라. 영어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너희들에게는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의 도구이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을 때 소통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과 같아서 변화하고 쓰지 않으면 기억에서 살아져 버린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려면 매일 적은 시간이라도 영어에 귀와 입을 노출시켜야 한다. 언어는 필요할 때 집중해서 공부하는 영역이 아니다. 수학이나 다른 학문은 집중하여 개념을 익힐 수 있지만 언어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기 중에 경험하지 못한 삶을 경험하도록 길을 안내하는 부모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부모들은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학원이나 개인교습 등으로 학기 중에 공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입시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자녀를 보살피는 것이지만 아이에게 행복한 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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