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新패러다임은 창의적 인재육성
울산도 생산기지 탈피 첨단산업도시로
기술전문인력 유인할 생태계 조성해야

▲ 정구열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노벨 경제학상 단골 후보인 미국의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교수 중심의 ‘신성장론’은 아이디어가 앞으로 경제성장의 주요 생산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통적 생산요소보다는 아이디어를 통한 기술혁신이 미래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도 다가올 시대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적 인재가 경제발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진부한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발전은 이러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양성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재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재들이 잘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중앙일간지는 지난 10년간 한국을 떠난 연구인력의 중추인 이공계 박사가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빨리빨리’식 성과중심의 연구문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고급인재의 이탈은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지역경제도 마찬가지다. 울산은 제조업과 지식기반산업의 융합으로 탈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창의적인 인재, 특히 고급 연구인력의 확보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울산은 아직 우리나라의 생산기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울산의 생산기지화에 대한 우려는 울산소재 대기업이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이미 지적돼 왔다. 1995년과 2000년대 초에 SK에너지와 현대자동차가 연구소를 각기 대덕과 수도권으로 옮겼다. 최근에는 S-OIL도 생산설비는 울산에 투자하되 연구개발센터는 수도권에 건설하기로 했다. 또한 대부분 중소기업은 모기업으로부터 주문생산 방식으로 R&D에 대한 투자유인이 낮다. 그래서 울산은 지역 내 R&D지출이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작년 말 발간된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자료에 의하면 2014말 기준으로 울산은 지역 내 국가R&D사업비지출, 연구원, 연구개발 조직 등에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 연구역량의 공동화현상은 비단 울산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구인력, 연구비 및 연구개발조직의 60~70%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울산경제가 앞으로 재 부흥하기 위해서는 울산이 생산기지라는 인식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 울산이 연구하며 생산하는 첨단산업도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인재와 기술이 확보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성공케 한 것은 지역 내 스탠포드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인재와 기술의 공급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이러한 기술인맥사회가 형성돼 인재들이 당시 꿈의 직장인 월 스트리트를 마다하고 지역에 머물러, HP로부터, 애플, 인텔, 구글, 페이스 북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을 창업, 오늘날 세계의 IT수도가 됐다.

울산도 산·학 융합지구 및 여러 첨단산업단지를 이미 계획하고 있거나 건설 중에 있다. 또한 경북도와 동해안 연구개발(R&D)특구 사업도 공동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업들이 지연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하겠다. R&D연계 혁신클러스터가 많이 생기고 지역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고급 연구인력이 많이 양성돼 울산에 산·학·연이 서로 얽힌 ‘기술인맥사회’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서 울산에 인재가 모이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이것은 자체 기술개발역량이 약한 울산의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특히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미래 성장에 원동력이 되는 시대다. 아이디어는 없고 몸통만 있다면 울산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나라의 진정한 산업수도가 되기는 힘들다. 울산에 연구의 뿌리가 내려야 하겠다.

정구열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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