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고 집들만 남은 삼산 본동에 가면 외등하나 서서 늙은 해소 같은 희미한 불빛을 달고 발자국 오래된 닳은 길 밝히고 있다 옛사람들이 버리고 간 웅크린 낡은 시간 어둠에 반쯤 어깨를 내 준 낮은 담 벌써 목숨을 놓아버린 녹슨 수돗가 고인 물 같은 허망한 시간이 어슬렁거리는 돌아올 사람 없는 빈 골목을 지키는 영화 끝 장면처럼 서럽게 서 있는 외등 깨어진 지붕 휘어진 등줄기를 밟고 지나가는 어둔 바람이 잠시 옛 생각에 주춤거리고 담벼락 곁에 깨어진 온기 남은 사기 그릇 하나 아직 남아 있을 따뜻한 목소리 그리웁게 담고 꽉 닫히지 않은 부엌문 사이로 비실한 고양이 한 마리 빠져나간다 늙은 외등은 알고 있다 내일을 생각하면 자신의 사랑을 접어야 한다는 것을 어제가 있어 오늘밤도 푸른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을 ------------ 도순태씨는 98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글수레와 울빛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울산민족작가회의 회원와 울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