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서 6개월 넘어도 검출…성접촉 감염 매우 유의해야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된지 6개월 넘어서도 정액에서 검출되는 등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발견되는 가운데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토머스 프리든 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선, 모기가 옮기는 질환 가운데 인간에게 출생 당시 선천적 결손을 일으키거나 성행위로도 전염되는 질환은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통계상 지카 감염 임신부가 유산하거나 사산아를 낳는 비율은 6%이지만 실제로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두증 아이를 낳을 확률은 10%이며 태아에게 그밖의 신경질환 등 다른 손상을 주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모든 성적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는 사실과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상대에게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드러났다. 

프리드 소장은 특히 지카의 경우 다른 모기 매개 질병들과 달리 대부분 감염자에게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사실 자체를 모르게 되는 ‘조용한 전염병’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지카 확산 사태 등은 보건당국에는 ‘전례 없는 응급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프리드 소장의 이 같은 지적이 나온 이틀 뒤인 지난 11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PC)는 아이티를 여행하고 귀국한 이탈리아 남성 2명이 감염증상을 보인 뒤 각각 188일과 181일 뒤에도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를 공개했다. 

이는 앞서 프랑스 남성의 정액에서 93일 후까지 바이러스 RNA(리보핵산)가 검출된 기록을 깬 것이다.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RNA(리보핵산)가 검출된 것이 바이러스의 정액 내 생존이나 인체감염력이 있음을 확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창궐지역을 여행한 사람은 감염 증상이 있든 없든 8주 동안, 증상이 있는 사람은 최소 6개월 동안은 성행위나 콘돔을 반드시 사용하라고 권고해왔다.

그러나 6개월 넘어서도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이 같은 ‘금지 또는 회피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나아가 이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에 성 접촉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자 성생활과 임신과 출산 계획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질환연구소(NIAID) 소장은 아직 지카 바이러스의 성접촉 관련 전염 관련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미 국립성병예방협력센터(NCSD) 윌리엄 스미스 소장은 CDC가 전국에 배포한 포스터와 교육자료 등에 모기 사진은 크게 배치돼 있으나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실질적 위협이라는 점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CDC 에이즈바이러스국 수석 의학자문관 존 브룩스 박사는 현재까지 이용 가능한 과학적인 증거와 수단을 이용해 지카 바이러스 관련 내용을 전면 평가해 가능하면 빠른 씨일 내에 새 정보와 지침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의약전문매체 스태트는 전했다. 

미국의 보건법률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사매체 ‘타임’ 기고문에서 지카 바이러스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정부와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지카 예방을 국가 안보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타운대 로런스 고스틴, 애리조나주립대학 제임스 호지 교수는 이 기고문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 1960년 임산부 입덧방지제 탈리도마이드로 인해 수많은 기형아가 출생한 ’탈리도마이드 세대‘ 이상의 ’지카 세대‘ 출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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