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이념·정체성 지켜나가야
전 통진당 후보 지지로 선거참패

▲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남들이 필자를 향해 “평생 야당만 한 정치인이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직업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 전문가도 아니라고 답했다. 지금와서 되돌아 보니, 어찌어찌 하다 정치 인생 30여년이 흘러가 버렸다. 20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기까지 그동안 야당과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간 회수만 해도 무려 일곱 번이나 되니 말이다.

처음(1988년 13대 총선)에는 울산 중구에 야당으로 나서는 이가 없길래 민주주의 국가에 이래서는 안된다는 신념으로 나섰다. 명색이 필자도 학창시절에 민주화 투쟁에 함께 나섰다고 자부하며, 당시 경남 정치 일 번지 울산 중구에 무투표 당선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민주당 후보는 두사람이나 공천장을 받고도 출마를 포기, 달아난 후라 필자는 김종필씨가 창당한 신민주공화당으로 출마했다.

관권 금권 선거로 부정선거가 난무하던 군부독재시절이라 선전을 하고도 석패하기도 했고 또 필자만은 패거리 정치꾼의 야합이나 공작정치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명분과 의리를 고집해 왔으나 그것도 썩고 병든 정치판에 먹히지 않았다.

도리어 기회를 잘 포착해 이당저당 옮겨가며 당선, 선수와 군대 짬밥은 많을수록 좋다고 자랑하는 소위 다선 선량도 있으니 그저 순진하고 어리석은 정치 낙오자로 전락해버렸다.

지난 4·13 울산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6개의 선거구 가운데 동·북구 후보가 선거 초반에 사퇴,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전 통진당 후보 단일화 지지선언을 했다. 이어서 울주·남갑의 두 후보가 민노총이 지지하는 전 통진당, 노동당 후보들과 함께 연대해 선거를 치렀다. 중구와 남을의 두 후보만 끝까지 더민주의 기치를 들고 선전을 했으나 정체성도 희미한 동당 후보의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고 6명의 공천자들이 모두 낙선하는 아픔을 겪었다.

7·11 울산시당위원장 선거에는 20대 총선 비례대표 신청자끼리 맞대결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 후보는 이상헌, 임동호 전·현 시당위원장으로 압축되었다, 도대체 20대 총선에 출마해 열정을 바쳤던 후보자들(남구 심규명, 울주 정찬모, 이들은 당초 시당위원장 출마를 공언했다)은 다 어디가고 하필 비례대표 신청자 뿐인지.

결과적으로 지난 선거에 후보 사퇴후 전 통진당 윤종호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이상헌 후보와 비례대표 신청에서 탈락, 역시 윤 후보 유세에 합류했던 임동호 후보의 맞대결이었다. 지난 20대 초반에 울산에 내려온 문재인 전 당대표(전 대통령 후보)와 함께 이들이 당의 이념과 정체성(강령과 정강정책)을 상실한 체 후보 사퇴와 타당(전 통진당)후보를 지지 선언한 해당행위가 울산 선거 참패의 원인임을 이미 지적한바 있었던 필자(중구 후보)는 이러한 금일의 썩고 병든 정치 현실이 부끄럽고 한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의 정체성과 향후 진로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답답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총선 후보 사퇴자와 함께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전 통진당 후보를 지지 선언했을 때 필자는 늦게나마 소식을 접하고 시청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기자회견은 끝났고 문 전대표가 떠나려 해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며 이 심각한 상황을 좀 의논하자고 했으나 일정이 바쁘다며 잡은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

더민주 공천을 받은 후보로서 참으로 허탈했고 당의 이념과 강령이 혼미한 절망적인 가운데, 그래도 끝까지 선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고 격려해주며 2만여표를 득표토록 성원해준 중구 유권자에게 다시금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문재인 전대표는 20대 울산 총선의 참패에 책임을 통감하고 반드시 통진당과의 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또 미래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취해야 할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당의 강령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또한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을 지키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이다.

이번 8·27전대에서 새 강령과 정책이 채택된 뒤 문 전 대표와 새 당 대표가 이를 충실히 실천할 의지와 희망이 있는 정당인지를 국민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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