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동일사주(同一四柱)

 

‘사주가 같으면 운명도 같은가?’라는 물음은 사주를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공통적인 의문이다. 더군다나 명리학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명리학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일부 일반인들 중에는 이러한 사실을 명리학의 맹점(盲點)으로 여기고 공격수단으로 삼아 ‘사주는 믿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물론 이 문제는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며 명리학자로서 다각적인 사고와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명리학 고서에서도 이러한 문제로 옛 선현들의 고민이 담긴 내용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같은 사주를 분간하는데 있어서 고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은 남방에서 태어난 자는 불 기운을 좀 더 강하게 보고 북방에서 태어난 자는 물 기운을 좀 더 강하게 봐야 한다고 한다.

팔자, 즉 태어날때의 운은 같으나
태어난 나라·시대·지형·환경 등
사회적 주변인과 영향 주고 받아
사주는 미래를 예정하는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흔히 같은 꽃에서 태어난 꽃씨가 바람에 날려 세상 밖에서 마주치는 행태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 즉 양지 바른 풀밭에 떨어진 경우와 도심 중간 아스팔트 위와 같이 척박한 곳에 떨어져 자리 한번 못 잡아보고 죽어가는 경우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인구 통계를 보면 출산율 감소로 매월 신생아가 약 3만5000명 정도라 한다. 한 달을 30일로 계산하여 나누어 보면 1167명이고 하루 2시간 간격으로 12로 나누면 사주상 동일시간대 출생자는 97명이다. 한마디로 똑같은 사주가 전국에 적어도 100명 정도 된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보면 대략 몇 만명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사주의 종류는 모두 51만8400가지에 불과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인구가 사주가지 수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동일한 사주이지만 운(運)이 다르다는 것은 살아갈 명리학적인 팔자(태어날 때의 운)는 같으나 이 후의 출발조건은 다른 것이다.

첫 번째, 태어난 나라부터가 다르며 경제적 관점으로 본다면 어떤 이는 부유한 집안환경에 태어나지만 어떤 이는 가난하게 태어나 성장기를 보내기도 한다.

두 번째, 태어난 시대적 배경도 다르다.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지만 다른 이는 같은 사주를 가지고 60갑자(甲子)를 기준으로 60년 120년 180년 간격으로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았던 것이며 앞으로도 다른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세 번째, 풍수적 차이를 보면 태어난 지형도 다르다. 어떤 이는 바람이 심한 산속 깊은 곳에 태어나고 어떤 이는 양지 바른 좋은 풍토에서 태어나 자라기도 한다. 또한 시골환경에서 태어나거나 도심 중앙에 태어나 자라는 등의 경우이다.

네 번째, 무엇보다도 영향력이 큰 것은 가족이다. 부모, 형제를 비롯하여 배우자 등 집안사람들로 인한 변수들이다.

각각의 주변인들이 주인공에게 미치는 여러 정황들은 모두 다르다. 사주적인 측면에서 음양과 오행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으며 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물론 보다 더 포괄적으로는 사회적인 주변인연들까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주변이나 사회적 양상 외에도 차이가 날 수 있는 것들은 개인적으로는 생김새(관상을 비롯한 외형)와 스스로의 개운 법으로 성형으로 상(相)을 바꾸거나 개명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심신수양과 체질개선 등의 방법과 주거환경이나 산소를 고치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김구 선생의 사주와 동일한 사주가 동시대에 우리나라 외 전 세계 각국에 많았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가 아닌 평화로운 나라에 태어났다면 김구 선생 같은 민족의 지도자는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같은 시대라 할지라도 동일한 사주의 주인공이 다른 나라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세상사와 관계없이 적어도 일신은 편안한 생을 보냈을 지도 모르며 역사 속 영웅으로 회자(膾炙)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동일사주에서는 많은 환경적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다. 즉 동일사주는 살아가는 명(命)의 운(運)이 동일하지만 그 직업선택까지 동일할 수 없는 것처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는 드문 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명리학에서는 판별에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동일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

사주는 먼저 기본적인 천성과 주변인들과의 인연, 재물이나 사회적인 입지를 분석하고 운의 길흉에 따라 시기를 파악하여 기회를 활용하는 주요 전환점 등을 알아낸다. 덧붙여 그 사람의 적성이나 직업, 성향 등 사회적 적합 가능성과 부의 척도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사주분석은 이러한 여러 환경을 미리 개선하고 피흉취길(避凶取吉)을 택하는 목적이 있다. 또한 유리한 시기와 불리한 시기를 구분하여 유리한 시기엔 기회를 활용하고 불리한 시기는 대비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명리학에 대하여 오해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시각은 예측과 예정이라는 개념의 혼돈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즉 예측은 여러 정황을 참작해 미리 헤아려 짐작하는 것이고 예정은 그렇게 하기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으로 사주상담을 한다는 것은 미래를 예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우리는 매일 듣는 기상예측에서 오보(誤報)들을 많이 목격하며 세계경기(景氣)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도 맞는 경우보다는 빗나가는 경우를 많이 발견한다. 그리고 병원의 의사들도 오진(誤診)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쉽게 정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명리학에서 예측이 틀린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적어도 이와 같은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본다면 명리학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명리학에서 학문적 존재가치는 인간의 삶이 숙명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것을 전제(前提)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숙명과는 달리 운명은 자신의 선택이나 노력에 의해 명(命)이 좌우 될 수 있다.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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