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광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가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KCDC)가 발표한 온열질환자 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15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온열질환자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KCDC는 매년 5월말~9월초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하는데 올해 온열질환자의 수는 이미 작년 전체 온열질환자 수인 1056명의 1.46배나 된다. 더위가 약한 편이었던 재작년 2014년(556명)의 2.77배다. 폭염이 극심한 지난달 24일 이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40명이나 돼 작년 전체 온열질환자 수에 맞먹는다.

특히 울산은 낮 최고 36도를 기록하며 2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7월24일 울산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지금까지 온열 환자는 총 30명으로 이 중 6명이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다.

이처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발열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광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와 함께 온열질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불볕더위에 온열환자 급증
고열 동반하는 열사병 치명적
체온 조절 능력 떨어지는
고령자·중증 질환자 주의해야

◇일사병

온열질환은 실내외 고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온열질환으로는 일사병·열사병·열경련·열실신·열피로 등이 있는데 이중 일사병과 열사병이 가장 대표적이다.

우선 일사병은 강한 햇볕과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되면서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무기력감, 근육통, 부정맥으로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 빨라지는 빈맥, 저혈압 등이 일사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신광식 전문의는 “일사병이 발생하면 환자를 그늘지고 선선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한다. 꽉 끼는 의복은 느슨하게 해주고, 의식이 있다면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의식이 없거나 명료하지 않다면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열사병

 

열사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일사병과 비슷하다. 열사병은 몸 안에 열이 오르는데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햇빛을 과도하게 받으면 몸에 열이 오르고,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열사병의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흔히 일사병과 열사병을 혼동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하면 회복이 쉬운 일사병과 달리 열사병은 고온으로 인한 중추 신경계 마비로 혼수상태로 이어져 사망률이 30~80%에 이르는 치명적 온열질환이다. 일사병과 열사병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일사병은 체온변화가 크지 않지만 열사병은 고열을 동반한다

신 전문의는 “열사병은 고령자나 심장병, 당뇨병 등의 중증 질환자, 주로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열사병은 고열과 함께 얼굴이 창백해지고 구토와 식은땀, 두통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며 심하면 의식불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

신 전문의는 “열사병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발견하면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킨 후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어 의복을 제거하고 젖은 수건이나 시트로 환자를 덮고 바람을 일으켜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수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좋은데 의식이 없는 경우라면 무리하게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열경련과 열탈진

의학적으로 열사병에는 열경련과 열탈진도 포함된다. 열경련은 열사병 중 가벼운 경우다. 더운 곳에서 심한 운동을 할 때 대개 종아리 근육에 쥐가 나서 경련이 일어나며 아프게 되는데, 그게 열경련이다.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염분과 수분이 과다하게 빠져나가서 생긴다.

열탈진은 무더운 곳에서 오래 서 있거나 심한 운동,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며, 식은땀이 나는 병이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고 염분도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거나 물만 마시고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다.

신 전문의는 “열경련이나 열탈진이 일어났을 때는 환자를 공기가 잘 통하는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해주면 대개 저절로 회복된다. 열탈진으로 실신까지 했더라도 시원한 곳에 눕혀두면 금방 깨어난다. 하지만 열사병이 의심되면 가급적 빨리 찬물이나 얼음 등으로 체온을 낮추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체온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피부에 물을 흩뿌리고 부채질을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일사병이나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폭염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며 “만약 온열질환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즉시 휴식을 취하면서 체온을 낮추고, 심한 경우에는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고령자는 탈수나 갈증에 대한 감각,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평소에 목이 마르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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