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근로자들의 생활양식이 바뀌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불황이 근본원인이다. 울산에서 가장 큰 사업장인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줄어들면서 고정연장근로를 없앴다. 근로자들의 퇴근시간이 1시간 빨라진 것이다. 그에따라 협력업체들도 빠른 퇴근이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는 세계적으로도 이름나 있다.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2113시간)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국 평균은 1766시간으로, 우리나라는 평균보다 347시간 많았다.

장시간 노동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퇴근 후의 삶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칼퇴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으며 퇴근 후에 별다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동료들과 술 한잔 하는’ 정도가 대체적인 문화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불경기와 함께 조기퇴근이 일상화하면서 울산지역 근로자들의 퇴근 후 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헬스나 실내암벽등반, 수영, 요가 등 운동을 하거나 회사 밖 사람들과의 취미모임에도 참가하고 있다. 실용음악이나 요리 등의 강좌를 듣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외국어와 자격증 공부를 하는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같은 변화는 개인적 삶을 위해 긍정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의 품격 향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지역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각 자치단체와 여러 사회단체가 시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낮시간동안 주부들과 은퇴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퇴근 후 근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극히 드물다. 현대중공업이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현대예술관과 한마음회관 등의 프로그램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기업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수입도 줄어든 수많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퇴근 후의 삶을 즐길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정밀한 수요조사를 통해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에서 그들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할 것이다. 작은 비용과 노력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과 정주여건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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