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윤리·도덕성이 공기업의 생명
울산화력 오염물질 배출 국민에 사죄
환골탈태의 각오로 환경관리 혁신

▲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제품의 위해성을 알고도 사실을 숨겨온 혐의로 국내외에서 대규모 제품 불매운동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차량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으며 사실상 국내시장 퇴출에 가까운 제재를 받았다. 기업의 도덕성 문제는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과 국민적 공분을 사는데 그치지 않고 회사 자체의 존립위기로 치닫게 한다. 두 말할 나위없이 오늘날 기업의 윤리 문제는 바로 기업의 생존기반이다.

공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민간기업은 아흔 아홉 번 실패를 하다가도 한번 성공으로 기업과 종업원을 10년, 100년을 먹여 살리고 영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기업은 아흔 아홉 번 성공을 하더라도 단 한 번 실수에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왜 그럴까? 공기업은 국민이 주인이자 또한 고객인 그야말로 국민의 기업이다. 국민과 날마다 접촉하고, 정책과 서비스를 전달한다. 기업 내부 이익이 아니라 국민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공기업의 존재이유를 판단하는 제일의 기준은 국민이다. 공기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은 그 이상 중요하다.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 수단을 정당화시켜주지 않는다. 투명성과 함께 윤리·도덕성, 절차의 민주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윤을 많이 냈다고 해서 무조건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공기업의 성과는 형평성이나 공정성 등 사회적 가치와도 잘 맞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경영이나 지역사회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등이 중요한 경영과제로 취급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공기업에게 도덕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이다. 국민은 공기업에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높은 윤리수준을 요구한다. 사회를 선도하고 모범을 보일 것을 기대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공기업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도 모자라 변명과 책임회피에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실망을 넘어 배신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공기업이 윤리경영에 실패하면 치유하기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성과를 계속 내고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도덕성에 흠결이 생기면 묻혀버린다. ‘공든 탑이 무너지고’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다. 이전보다 열배 백배 노력을 해도 이미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공기업은 국민신뢰를 먹고 산다. 국민신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자체로 위기이다.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그 경제번영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공기업의 역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거의 성과가 공기업의 도덕성 문제, 사회적 책임을 가볍게 해주지는 못한다. 한시도 안심할 수 없고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동서발전이 최근 울산화력의 소포제(거품제거제) 등 해양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크게 이슈가 된 바 있다.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성을 갖추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공기업으로서 국민과 지역사회에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울산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사실관계는 사법당국에 의해 철저히 조사되고 명명백백히 밝혀지리라 믿는다. 한국동서발전은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하겠다는 각오로 발전소의 환경관리를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모든 업무를 국민의 눈으로 재점검하여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요소가 있다면 바로 고쳐나가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여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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