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상사태시 주민대피로
한수원 예산 지원 이끌어내야

▲ 이순걸 남울주발전협의회 회장

전남 영광군 법성~홍농(5.6㎞) 간 국가지원지방도가 4차로로 확장 신설된다고 한다. 지난 3월 기공식을 가졌으며, 오는 2020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이 도로의 확장은 전남 영광 주민들의 20년 넘는 숙원사업이었다. 왕복 2차선에다 병목현상으로 상습적인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만큼 인근 한빛원전에서 비상사태 발생시 대피도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주민들의 확장 요구가 오랜기간 지속돼 왔다. 영광군, 나아가 전남도까지 나서 농어촌 도로가 포함된 지방도였던 이 도로를 국가지원지방도 15호선으로 포함시키고 4차로 확포장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건의했다.

그 지역 주민들과 행정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 하겠지만 내심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와 유사한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 온양 남창에서 서생 진하까지 이어지는 군도 33호선. 그리고 군도 33호선을 포함, 남창을 우회해 온양IC까지 이어지는 왕복 4차선의 광역도로인 광 3-8호선(7.5㎞). 이 도로 역시 고리와 신고리 원전 비상사태 발생시 인근 주민들의 주 대피로가 된다.

울산 남부권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속한 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울산시도 이 도로 개설의 시급함을 인식하고 지난 2015년 국도의 지선 지정 요구와 함께 1673억원이라는 사업비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도로만 개통된다면 원전사고 발생시 대피도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일반철도인 동해남부선이라는 거대 교통장벽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남창지역 교통난까지 한번에 해소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온산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물류비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체 예산으로 개설하기 역부족이고, 국도 지선 지정마저 되지 않는다고 하세월을 보내서는 안된다. 답답한 울주군이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울주군은 먼저 87억원의 예산을 들여 군도 33호선 발리~진하 구간(2.2㎞)을 울산시의 광로 3-8호선을 바탕으로 직선화에 나섰다. 주변산지 지형에 맞춰진 도로선형 만이라도 올 곧게 펴 통행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통행에 대한 안전확보를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 또 남창지역 교통난 분산을 위해 1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생에서 남창지역 진입부인 온양읍 발리에서 동상리를 연결하는 왕복 2차로 개설공사에 나섰다. 두 곳 모두 왕복 4차로의 광역도로가 계획돼 있는 곳이다. 하지만 ‘마의 정체구간’으로 통하는 남창리 대안지하차도 교통난해소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이며, 언젠가는 또 다시 광역도로 확장해야 되기에 중복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예산을 쓰더라도 이왕 손댈 때 제대로 개설해 그 효과를 높여야 하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자체적으로 어렵다면 영광군의 법성~홍농간 도로개설 사업에서 답을 찾았으면 한다. 영광군과 전남도는 기존 왕복 2차로로 개설하려던 계획을 한수원의 도움을 받아 4차로로 확대했다. 사업비 부담을 보면 총사업비 823억원 중 국비 313억원, 도비 123억원, 군비 19억원, 그리고 나머지 45% 가량인 368억원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부담했다고 한다. 원전 대피도로로서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한수원의 지원을 이끌어 낸 결과로, 결국 한수원 지원이 전체 도로 개설에 상당부분 역할을 했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존 기장의 6개 원전을 포함, 울주군에 가동 준비 중인 신고리 3·4호기, 그리고 건설에 들어간 5·6호기까지 울산의 남부권 지역은 10개의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원전 사고에 대비한 대피도로서 광로 3-8호선 개설은 영광~법성 도로개설 사업만큼이나 시급해진 것이다. 원전대피도의 필요성을 한수원에 적극 어필하고, 한수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비 확보에 나선다면 보다 수월하게 광로 3-8호선을 개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순걸 남울주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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