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눈의 토코페롤·비타민E는 보습 효과

섬유소 많고 칼로리 낮아 다이어트에 좋아

부기 빼고 치통 해소 민간요법으로도 활용

(32)옥수수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극성스런 찜통더위로 건강을 해치기 쉽고, 무기력해지거나 기운이 허약해지기 쉬운 때이다. 농가의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쉽게 피곤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입술에 붙은 밥알조차도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이다. 이 속담 속에서 선조들의 지혜와 해학이 돋보인다.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고, 손상된 건강을 회복시킬 보양식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면 잘 먹는 것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여름휴가 기간에 남도 땅 신안 증도 슬로시티에서 보냈다. 단일염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태평염전에서 느림의 미학으로 천일염을 얻는 곳. 이곳 천일염은 85~90%만 나트륨이고, 나머지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다. 태양열에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제조과정은 똑같이 거치지만 99%가 넘는 순수 나트륨 덩어리가 되는 정제염과는 다르다. 나트륨의 과다섭취는 건강을 해치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적당한 염분 섭취는 필수다. 우리 땅과 바다, 작열하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천일염을 보면서 지친 심신의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남도는 붉은색 황토 땅이 많다. 밭을 일궈놓은 맨땅은 토질에 맞게 고구마 밭이 많다. 그 역시 작열하는 우리 땅의 영양소가 만나 우리 몸에 좋은 먹을거리로 재탄생되는 우리 농산물이다. 고구마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에 도움이 되고, 베타카로틴 성분은 암세포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아줘 노화예방에 좋고,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피부미용에 좋다. 또한 칼륨과 판토텐산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추고 고혈압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하모니카라는 동요다. 휴가지에서 사온 옥수수를 삶다 옛 추억이 생각나서 입가에 웃음이 돌며 콧노래가 절로 났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고향인 경북 영양 일월의 산간벽지로 갔다. 저녁을 먹고 땅거미가 지면 마당에 쑥을 뜯어 모깃불을 놓고, 옥수수나 감자, 고구마를 삶아 한 소쿠리 담아 놓고 먹었다. 감자는 소금에 찍어먹고 고구마는 김치랑 먹을 때의 그 맛. 아!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그 중에 옥수수는 뜯어먹기도 하고 한 알 한 알 곱게 까먹기도 했다. 그러다 노랫말처럼 하모니카 부는 흉내를 내며 놀기도 했다. 옥수수는 단백질, 당질, 섬유소, 비타민, 무기질 등 몸에 좋은 성분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옥수수 씨눈에 있는 토코페롤과 비타민E는 피부 보습에 도움이 된다. 특히 여름철 강한 햇볕에 노출되어 약해진 피부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효과와 피부습진, 알레르기 개선 및 노화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며 칼로리가 100g당 106㎉일 정도로 낮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옥수수수염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항산화성분은 이뇨작용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 평소 손발이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이 섭취하면 부기를 빼는데 도움이 된다, 버릴게 없는 옥수수는 속대에 베타시토스테롤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는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성분으로 이가 아플 때 삶아 치통을 해소하는 민간요법으로 활용되었다. 실제로 잇몸 약의 성분으로 사용될 만큼 효과가 뛰어나다.

‘신토불이’(身土不二).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제 땅에서 생산된 것이라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이다. 제철음식이 몸에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 땅에서 기후에 따라 생산되는 제철의 다양한 먹을거리는 그 시기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해 잘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키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웬만하면 크면서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과 연관된 한두 가지 추억은 남아있을 것이다. 더위에 지친 콧노래와 미소까지 선사해 심신을 잠시나마 쉬게 해주면서 힐링과 웰빙이 함께 되는 귀한 음식임이 분명하다.

옛 생각에 시간가는 줄 모르다 옥수수를 살짝 태웠다. 타면 탄대로 또 다른 맛과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옥수수. 실컷 먹고 올해 더위를 잘 이겨내야겠다.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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