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관상 좀 봅시다

고스톱을 쳐보면 인간 됨됨이를 알 수 있고 운전습관만 봐도 인간성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보다도 더 빠르고 쉽게 사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인사’다. 인사를 잘 하는 사람치고 인간성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사는 그 사람의 첫 이미지를 결정짓고 인간성을 파악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직장의 막내직원들은 출근하면 각 부서를 돌며 큰소리로 인사부터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본의 아니게 헤어지기도 한다. 실습생부터 정식직원에 이르기까지 만났다 헤어진 사람이 적어도 수백 명은 되는 것 같다. 그 중에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고 어렴풋하거나 기억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책임자로 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사람을 골라 뽑아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누가 요리사 자질이 있는지 몇 마디 대화로 선택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을 뽑는 면접 자리에서 필자가 가진 나쁜 습관이 있었다. 첫 대면인데도 인사하는 모습에서 됨됨이를 스캔하고, 얼굴을 쳐다보면 성장환경과 인성을 대충 알 수 있다고 관상쟁이처럼 자신했었다. 습관처럼 관상을 보고 사람을 뽑게 된 것은 내 직감이 많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첫 대면에 인사로 됨됨이 스캔하고
얼굴로 인성 알수있다 자신했지만
이젠 가까이 두고 지켜보는쪽 선택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는 우 줄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몇 마디 어설프게 던진 말로 몇 분 만에 어찌 다 알겠는가. 돌이켜보면 결국 그 사람의 첫 인상이 관상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싶다. 먼저 인사하는 모습과 얼굴에서 느끼는 진실성,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할 것인지와 남에게 부담이 될 만큼 사고가 비뚤어져 있는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내 사주법이었던 모양이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이젠 기준을 달리 하고 있다. 내 사주법대로 계속 사람을 뽑았다가는 선무당이 사람 잡거나 나중에 크게 실수를 할 것 같아서이다. 행여 그 사람이 마음에 들고 손색이 없다하더라도 가까이에 두고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몇 개월 같이 일을 해보면서 됨됨이와 행동을 꼼꼼히 챙기다 보면 내가 미처 못 보았던 장점과 단점까지 볼 수 있다. 동료의 말도 들은 뒤 채용여부를 결정하면서 관상과 첫인상으로 판단해서 후회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면접에서 정말 떨어뜨리기 싫은 사람도 있다. 충분한 자질과 인성을 갖췄지만 주어진 환경과 채용인원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는 참으로 안타깝다. 이럴 때는 회사에 간곡히 부탁을 할 수밖에 없다. 일단 알바라도 시켜본 뒤 아니다 싶으면 퇴사시킬 테니 걱정 말라며 채용한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은 요리기술을 배우는데 목말라 있어서 무슨 일을 시켜도 열심히 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몇몇은 세월이 흐르면서 쉽고 편한 일만 좇아 안주하면서 적당히 시간만 축내거나 하루를 적당히 때우지만 말이다. 단 10~20분이라도 손해 보면 큰일 날것처럼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직원들을 보면 왜 뽑았나 후회되기도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대부분 자기 일에 열심이지만 일부 현실에 안주하면서 대충 일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처음에는 그런 직원이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변해 가는지, 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충고라도 하려 들면 잔소리는 그만하라는 신호부터 보낸다. 그럴 때마다 ‘전생에 빚이 많아 그런가?’라는 푸념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거둬야 할 내 식구인 것을….

 

-오늘의 별미 메뉴-호박잎말이 밥

◇재료: 흰밥 200g(1공기), 건나물 50g, 호박잎 5장, 더덕 100g, 다진 소고기 100g, 소금, 후추, 참기름

◇만드는 법 : ① 더덕은 얇게 펴서 프라이팬에서 구운 다음 양념을 바른다.
(더덕 양념: 가는 고춧가루 2스푼, 간장 1스푼, 설탕 1스푼, 참기름, 깨소금, 다진 파 20g)
② 밥은 소금,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양념해 둔다.
③ 소고기는 간장, 마늘, 설탕, 참기름을 넣어 양념한 다음 팬에 구워 식힌다.
④ 호박잎은 삶아 얇게 펴서 양념한 밥, 더덕, 소고기를 올리고 김밥 말듯 돌돌 만다.
⑤ 접시에 한입 크기로 잘라 가지런히 담는다.
⑥ 여름 별미로 한 끼 식사가 가능하고 냉동고에 남은 재료를 활용해 다른 재료를 사용해도 괜찮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