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지하도가 많지 않다. 오래된 지하도로 중구 성남·우정지하도가 있다. 남구에는 신정지하도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 공업탑지하도가 있다. 광역도시이면서도 서울·부산·대전 등 대도시와는 달리 지하공간에 대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로 폭이 넓지 않은 탓에 지하도가 있어도 이용을 꺼리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그 때문에 지자체들도 지하도 관리에 골치를 썩고 있다. 중구에 자리하고 있는 성남·우정지하도의 관리권을 두고 중구청과 울산시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구는 폭 20m이상의 관리는 광역지자체가 해야 한다는 이유로 관리권이 울산시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울산시는 불법 상가와 규격에 맞지 않는 시설에 대한 정비없이 관리권을 넘겨 받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지하도는 1978년 경남도가 민방공대피시설로 건립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인근 고층 건물들이 지하공간을 두면서 대피시설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소용 없는 공간이나 다름 없게 된 것이다.

중구와 울산시의 이들 지하도 관리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상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지방분쟁조정위원회 조정신청까지 하려고 한다. 자치단체간의 이같은 논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소극적 행정에 의한 시민불편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 지하도는 한때 상가가 번창해 활기를 띠기도 했으나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데다 그마저도 불법 점포들이다. 그로 인해 칙칙한 공간으로 인식돼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지난 2011년 우정지하도는 중구청이 보수·보강공사를 해서 정비를 하긴 했으나 지하도의 안전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불법상가들이 버젓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최소한 시민들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 주민들의 수요를 조사해 적절한 편의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구와 울산시가 빠른 시일내 합리적인 협의를 통해 이들 지하도가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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