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교육을 넘어 마음으로 소통
인간을 창조하는 아티스트가 돼야

▲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사람들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체계화된 견해를 관(觀)이라 한다, 그래서 교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교사관이라 한다. 교사관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생각의 차이와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해온 필자의 교사관은 교직 경험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돼 왔다. 필자는 80년대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어느 시골학교 교사가 되었다. 경제적으로는 산업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경제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던 시기였다.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단순 노동력이 필요한 시대에 직업교육을 담당했다. 이때 학교 직업교육은 일정한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배출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교육도 일목요연하게 주입식 수업으로 산업 인력을 대량으로 육성하게 됐다.

처음 교단에 서게 되면서 필자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행동했다. 알고 있는 지식을 수업시간에 열심히 토해내고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 문을 나설 때 후련함이 밀려왔다. 그때는 최고의 수업을 마친 다음에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이 없는 수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간고사를 치고 나서 충분히 설명한 내용도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느끼고 호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얻어낸 것이 수업내용을 설명하고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섞어 보았다.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교사는 디제이(disk jockey)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들려주기 전에 다양한 멘트를 곁들여 주는 것이 교사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수업시간에 디제이 노릇하려고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배우고 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아이들과 호홉할 수는 있어도 교육의 목적인 아이들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때는 교사가 오케스트라 지휘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기 다른 소리를 가진 악기들이 내는 음들이 섞여 소음이 되지 않고 조화로운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있기 때문이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학습능력이 각양각색이며 생각과 행동이 천차만별이다. 이들을 조화롭게 지휘하여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교사라는 직업도 많이 변해왔다. 교사는 지식전달자에서 현재 학습안내자로 바뀌고 장인에서 예술가로 직무 수행이 고급화되었다. 교사의 역할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저차원에서 고차원적으로 변화되면서 직무수행이 과거보다 난해해졌다.

학생들이 일류 대학에 진학, 대기업에 취업하는 모습을 최고의 교사로 여겼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이제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촉진하고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손발과 머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사용해 호흡해야 할 시기다. 과거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모습을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 갔었다면 지금은 내면의 혼을 끄집어내어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미켈란젤로는 돌을 보고 그 안에 들어있는 혼을 끄집어내기 위해 돌을 깎는다고 했다.

교사도 가슴을 사용하는 아티스트(artist)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교사의 가르치는 일을 피아노 치기와 비교해 보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단히 노력해 음악을 익히고 현란한 기술을 발휘할 때는 뮤지션(musician)이 된다. 이 뮤지션들이 무한한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면 그는 아티스트라 한다.

뮤지션이 되는 것은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되는 길은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우리도 가르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되는 일은 주어진 데로 노력해 자격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수업상황을 지배하는 지적 능력을 키우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가르치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 교사의 직무 수행은 학생의 인격을 형성시키 위해 인간을 창조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교사는 아티스트다.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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