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의 행로 좇아

▲ 최근 중·단편 소설집 <달의 행로>를 발간한 권비영 작가. 임규동기자

<덕혜옹주> <은주> <몽화> 등 줄곧 장편소설만 내놓던 권비영 작가가 11년만에 중·단편소설집 <달의 행로>(사진)를 발표했다.

소설집으로는 오랜만의 신작이고 그동안 장편소설을 더 많이 내왔지만, 그는 소설가로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단편에도 늘 애정을 쏟고 있다고 했다.

권비영 작가는 “시간 나는 틈틈이 단편을 써왔고, <21세기소설> 등 지역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동안 쓰고 있었던 작품을 다듬은 것과 새롭게 쓴 작품이 있다”고 말했다.

새 소설집에는 ‘산동네 그 집에서 있었던 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달의 행로’ ‘그녀의 초상’ ‘그녀에게’ 등 5편의 중·단편 소설이 수록됐다. 5편의 작품을 통해 저자는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탐색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초상’ ‘그녀에게’ 등 5편 수록
덕혜옹주 개봉으로 소설도 다시금 주목
내년 하반기께 새로운 작품 출간 계획도

권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타인을 읽어내는 일이 곧 나를 읽어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곧 인생을 읽어내는 것이며 인간을 읽어내는 일이며 인간의 역사를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5편의 작품 중 100쪽 분량 되는 ‘달의 행로’를 표제작으로 정했다. ‘달의 행로’는 위로 언니와 오빠를 둔 막내가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집을 나가 화류계로 빠지는 이야기다.

권 작가는 “가족 구성원 중 어느 한 사람이 가족을 위해 희생된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예우나 대우가 돌아오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의 행로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산동네 그 집에서 있었던 일’ 역시 중편소설이다. 억척스러운 어머니가 이상만 좇으며 선비처럼 사는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함 때문에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이야기다.

 

5개 작품 중 4개 작품의 화자가 여성이다. 나머지 한 작품인 ‘그녀의 초상’은 화자가 남자인데 그와 그의 아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권 작가는 “우리 사회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여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여성이 소외되고,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로 그런 문제의식들을 던져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하면서 원작 소설 <덕혜옹주>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권비영 작가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도 VIP시사회를 시작으로 영화를 다섯번이나 봤다고 한다.

권 작가는 “영화 ‘덕혜옹주’를 다섯번 봤는데 볼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엔 스토리가 어떻게 재구성됐나 살피느라 감정이입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봤더니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라. 눈물이 날 때도 있었고, 눈물 한 번 안 흘리고 영화를 본 적도 있었다”면서 “허진호 감독이 재미있게 잘 만들었더라. 재밌게 잘 봤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작가는 “10월까지는 이렇게 바쁘게 지낼 것 같다. 바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다음 작품을 쓸 계획이다. 넉넉하게 내년 하반기 정도에 다음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 작품을 기다려주는 애독자도 생겼다. 열심히 글을 쓰고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게 제 도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비영 지음. 북오션 펴냄. 295쪽. 1만4000원.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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