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국회의원협의회가 암각화 보존 해법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을 9월2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현안을 두고 국회에서 심포지엄을 갖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그 지역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지역의 현안에 대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여론이 어떠한가를 일반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심포지엄은 주제발표자로 미뤄 울산시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짐작된다. 기조강연을 하는 문명대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를 처음 학계에 알린 학자로서 대곡천 암각화군의 문화사적 가치를 설명하는 것에 그칠 뿐 울산시나 학계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겠으나 조홍제 울산대교수와 유영준 울산발전연구원 박사의 주제발표는 방향이 선명해보인다. 조교수는 토목공학자로 일찍이 가변형물막이의 문제점을 역설하며 실패를 예견해왔다. 대신 제방을 설치해 물길을 돌리는 방법이 현실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유박사는 관광학자로서 관광자원으로서의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를 설명하면서 제방설치를 제안한 울산시의 입장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가변형물막이가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에 식수 확보를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울산시가 현실적 대안으로 제방설치를 통한 물길 변경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울산시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암각화가 수시로 물에 잠김에 따라 풍화작용이 심화되는 현상을 방지하려면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아니 수위를 낮추어도 물에 잠기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발생하므로 아예 댐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금이라도 더 완전한 방법은 사연댐을 포기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금도 낙동강물 의존도가 12~27%(연간 1600만t)에 이르는 울산으로서는 사연댐을 포기할 수가 없다. 문화재 보호 못지않게 지역주민들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맑은 물 공급도 중요하다. 정부가 운문댐을 통한 대체식수를 확보하는 계획만 세워준다면 경중을 비교할 이유도 없이 문화재 보호에 최선을 다 하겠지만 정부는 이상하게도 울산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맑은 물을 포기하라는 요구만 하고 있다.

자칫 이번 국회의원협의회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이 울산의 맑은 물 공급의 시급성을 간과하지 않을 지 걱정이다. 제방설치안이 현실화되면 아마도 장기적으로 울산의 맑은 물 공급 정책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울산은 장기적 물부족 도시임에 틀림없다. 울산의 맑은 물 대책이 암각화 보존 해법과 함께 진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운문댐 물이 분명 남아돈다는데도 정부가 암각화보존과 울산시 맑은 물 공급이라는 두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안 가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지역 국회의원들이 보다 강력하게 정부에 촉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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