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에서 수시로 단체식중독이 발생한 것은 결코 실수나 우연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단식중독이 발생하자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학교급식 실태를 점검, 2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그동안 우리 학생들이 이만큼의 건강을 지켜온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생산-유통-소비단계에서 677건의 법규위반이 적발됐다.

하루에 한끼 또는 두끼를 학교급식으로 해결하는 600여만명에 이르는 우리 학생들은 그동안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마크가 허위로 부착된 축산물, 가짜유기농산물, 소독되지 않은 창고에 보관했던 식재료, 냉장육으로 포장된 냉동육 등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곰팡이가 핀 감자를 씻어서 친환경감자와 섞은 다음 유기농 또는 무농약 감자라고 속여 수도권 50여 학교에 공급을 했고, 유통기한이 150일이나 지난 쇠고기 요리가 제공되기도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단순한 식중독이나 식중독의심증세가 아니라 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의아할 지경이다. 부실 급식 뒤에는 식재료 공급업체와 학교 또는 급식담당 영양사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도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말할 것도 없고 관리를 소홀히 한 당국과 학교에도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두번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건인 만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점이 드러난 학교 가운데 울산지역의 학교는 없다. 하지만 울산도 이 기회에 총체적인 재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울산은 지난달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 급식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급식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특히 이 조례에 따라 만들어지는 교육청 산하의 안전위원회 활동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보다 안전한 급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안전에만 치중해서는 안될 것이다. 학생들의 식성에 맞춘 맛도 중요하다. 자칫 안전이나 영양만 고려하다보면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이 맛이 없어 식사를 제때 못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급식의 품질이나 맛은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격차는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와도 직결된다. 학교 급식의 격차를 좁히려면 식단공개 만으로는 안 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학교 급식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별 급식 만족도 평가 결과와 위생·안전 점검 결과, 급식비리 등 학교 급식 운영실태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형식적인 점검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매일 학생들이 먹는 음식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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