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올 3월 초에 미국 법원이 미국 연방수사국의 애플을 상대로 한 ‘아이폰의 보안 기능 해제 협조’에 대한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 준 보도가 있었다. 이 사건은 개인 정보 보호와 안보라는 이 시대의 뜨거운 감자를 다시 한 번 우리 손 위에 올려 놓았다. 그 후 3주 지나, 미국 연방 수사국이 애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작년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숨지게 한 사예드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의 보안기능을 해제하는데 성공했다. 암호 기술이 국가 안보에 얼마나 필요한가를 다시 보여주는 사례다. 암호 기술은 창과 방패가 한 몸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중한 정보는 보호해야만 하고, 적이나 테러집단 등의 비밀정보는 알아내야만 한다.

암호화란 평문을 암호문으로, 그리고 암호문을 평문으로 만드는 알고리즘인데 이때 쓰이는 요소를 ‘키’라 부른다. 현대 암호계는 암호화 키와 복호화 키가 서로 같아 그 키를 비밀로 해야 하는 비밀키 암호 체계와 암호화 키와 복호화 키가 서로 달라 암호화 키를 공개하는 공개키 암호체계가 있다.

공개키 암호에는 RSA 암호 체계가 있는데, 보안소프트웨어 회사인 RSA보안회사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RSA암호 체계는 소수에 대한 오일러 정리를 기초로, 어떤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것이 그 수가 소수인지 알아내는 것 보다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암호 체계이다. 예를 들면 100자리 수의 소인수 분해에는 백년 정도가 소요되고, 100자리 수의 소수 판정에는 약 45초 정도 걸린다.

컴퓨터의 발달로 소인수분해에 걸리는 시간을 약간은 축소할 수 있으나 그 정도로는 별 다른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에 타원곡선 이론을 이용한 기존의 방법과 전혀 다른 획기적인 소인수분해 방법이 발견되므로 향후의 파장이 기대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것이 수학의 진수이다.

2020년에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길거리에 나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가 암호보안이 아닐까 한다. 해킹당한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에 나온다면, 올 여름 니스의 사건이 어디서든 재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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