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4명, 위령제 처음 참석해 애도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은 선박 침몰사고로는 세계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비극입니다. 일본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합니다.”

왕인 박사 추모회장인 야나기무라(75)씨는 24일 오후 부산 중구 수미르 공원에서 열린 우키시마호 폭침 위령제에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야나기무라씨는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수한 왕인 박사의 묘를 관리하고 추모하는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일본인 3명과 함께 위령제를 찾은 야나기무라 회장은 “수천 명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일본 정부를 대신해 사죄하며 한일관계를 왜곡하는 일본 역사책을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우키시마호 폭침 위령제에 일본인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나기무라 회장을 포함한 일본인 4명은 우키시마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애도송을 부른 뒤 무대를 내려갔다.

이날 행사는 추모사와 유족대표 인사, 통일기원문 낭독, 위령가 제창, 합동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부산시, 부산시의회, 중구청, 좋은데이나눔재단이 주최한 위령제에는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애도했다.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4일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 군사시설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을 태우고 귀국길에 나섰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8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폭발 원인을 미군 기뢰로 지목하고, 한국인 희생자가 524명이라고 밝혔으나 사고 원인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우키시마호 등 3척의 배에 폭발물이 실려있다는 정황을 기록한 일본 방위성 내부 문건이 발견돼 일본의 고의 폭침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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