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해가 되면 기다려지는 국내 미술계의 빅이벤트, 비엔날레의 계절이 돌아왔다.

9월 들어 첫 날인 1일부터 3일까지 사흘에 걸쳐 서울, 광주, 부산에서 비엔날레 개막 축포가 연이어 터진다. 제3세계 작품 등 차별화를 선언한 ‘미디어시티서울2016’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4개 전관에서 펼쳐진다. 젊은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으로 새로운 활력을 도모하며 메가시티 서울은 물론 우리나라 미술이 가야 할 미래상을 보여준다. 22년 역사가 축적된 광주비엔날레는 신진작가 발굴과 지역 밀착형 전시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2013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은 정은영을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보석같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에 비해 부산비엔날레는 비엔날레 본연의 기능과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문화의 수용과 혼합이 반복되는 현대사회를 미술적 표현방식 안에서 분석한다. 경계가 모호한 현대미술이 올해의 주제인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을 대변할 예정이다.

거대 도시에서의 비엔날레 열풍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불기 시작한다. 9월22일과 29일 각각 개막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조각과 사진만을 위한 특화행사의 개성을 살려 작가들을 위한 전문성과 애호가를 위한 대중성을 두루 충족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무더위가 채 물러나기 전인 26일 미리 개막한다. 환경과 미술의 공존을 주제 삼아 자연을 살리는 예술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에 반해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10월15일 느즈막히 시작된다. 거대 비엔날레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 유일 트리엔날레의 존재감을 알리고 미술과 어우러진 공연무대까지 우리 사회 공공예술의 가치를 부각한다.

▲ ‘2016 부산비엔날레’가 내달 3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다. 한중일 세 나라의 전위예술과 현대미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부산비엔날레 장면으로, 전시장 밖 로비를 채운 설치미술에 관람객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올해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특별전, 각종 부대행사와 체험프로그램이 일찌감치 공개되고 공유되는 특징을 띄고 있다.

단순히 관람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사전 홍보에 열을 올리는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0년 간 국내 비엔날레 역사를 지켜봐 온 일반인의 관심이 비엔날레의 전국적인 확산을 불러일으켰다면, 당당히 미술 애호가로 성장한 그들의 문화욕구가 이제는 완성품이 아닌 창작 과정에서의 묘미까지 즐기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울산 지역 애호가들의 기대감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중구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일원으로 확정된 지역 최초 공립미술관의 개관이 2년 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미술을 매개로 한 도시의 문화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각 도시의 비엔날레 현장에서 정답을 가늠하는 가을여행을 서서히 준비해 보자. 올 가을 대한민국은 현대미술의 대향연장, 비엔날레로 시작 돼 비엔날레로 마무리된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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