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들어
사과 씨알 잘다고
할머니 밤낮 걱정하던
그 소리 들었나 보다

비님 대신
과수원에서
내내 놀았던 해님은

미안해서
달콤한 꿀
사과 속에
꼭 꼭 넣어두었다.

▲ 박영식 시인

넘쳐도 탈, 너무 적어도 탈이지요. 올여름 길게 이어진 한증막 같은 찜통더위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이라 하지요. 수확을 앞둔 작물은 불에 그슬린 듯 바싹바싹 타들어 갔고요. 말 못하는 가축뿐 아니라 수온이 높아진 탓에 양식 어종들도 폐사하여 손해가 막심하다 하지요. 이러니 깊어진 시름 오죽이나 할까요. 또 한편에서는 누구도 예상 못 한 기상이변으로 특수를 맞아 대호황을 누리기도 했고요. 이런 현상을 ‘우산장사 짚신장사’ 법칙이라 하면 좀 눈치 없는 표현인가요?

비가 안 와 과수농사 망쳤다고 한탄을 쏟아 내는 할머니 앞에, 해님이 미안해서 나름 변명을 하네요. 과일 알이 잘고 얼굴 모양새는 볼품없어 보여도 달콤한 꿀 많이 넣어 두어 맛은 참 좋다고. 비 많이 와 물러 터져 맛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니, 위로도 드릴 겸 이왕이면 우리 농수산물 많이 애호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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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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