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노사가 근무시간과 급여를 줄이는 잡 셰어링(Job Sharing)에 합의, 구조조정의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공장인 한화종합화학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에 따른 수출 감소로 최근 4년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적자가 2400억원에 이르면서 울산지역 3개 공장 가운데 1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 노사갈등도 겹쳐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노조측의 한달간 파업과 회사측의 직장폐쇄라는 강경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런데 노사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워크숍을 개최하고 합동TF팀 및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으로 해법모색에 나선 결과 주4일 근무와 임금 최대 20% 삭감 등의 잡셰어링에 합의하게 됐다. 근로자들의 일부가 희생하기보다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피함과 동시에 공정최적화와 설비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반면 세계적 경기침체와 더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는 여전히 양보없는 전쟁 속에 새출발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아직도 현재의 회사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적자의 책임을 경영진에게만 떠넘기려 한다. 이미 경영진은 급여 반납과 임원 감원 등으로 그 책임을 지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노조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노조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는 분사와 감원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노조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조선업체로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의 자긍심이었다. 그런데 현재 수주잔량이 지난해보다 26.6% 감소했고 국내 대형조선 3사 가운데서도 가장 적은 261억달러다. 한화종합화학 처럼 노사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한번 세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나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시민의 자부심을 높여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24일 늦게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를 각각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임금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는 성사되지 못했다. 회사측은 임금피크를 59세 동결 60세 10% 삭감에서 연령을 낮춰 59세부터 10% 삭감으로 조정하려 했으나 장기파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포기했다. 노조는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임금피크제 외에도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안 등에 대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 해외 신흥국 시장 경기침체와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영업이익 축소 등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 우려된다. 회사의 미래는 물론이고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국가적 이슈에 대한 대기업의 책임 등을 위한 노사공동의 노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현대차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지 않을지 자못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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