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콜레라·장티푸스·세균성 이질 등이 설사 증상 동반
설사 땐 탈수 막는 게 가장 중요…소아는 지사제 복용 금물

▲ 경남 거제시 시보건소에 25일 질병관리본부 직원 및 거제시 직원들로 구성된 '설사환자 발생 비생대책본부'가 가동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15년 만에 국내에서 두 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과 음식 등을 통해 감염되는 질환으로,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다.

설사(泄瀉)는 사전적으로 변에 포함된 수분의 양이 많아져서 변이 액상液狀)으로 된 경우를 말한다. 대개는 소화 불량이나 세균 감염으로 장에서 물과 염분 따위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을 때나 소장이나 대장으로부터의 분비액이 늘어나거나 장관(腸管)의 꿈틀 운동이 활발해졌을 때 일어난다.

의학적으로는 배변 횟수가 하루에 4회 이상, 대변의 양이 하루에 250g 이상 묽은변이 있을 때 설사라고 한다. 설사가 2~3주 이상 지속하면 만성설사, 그 이하는 급성설사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설사 증상이 일어나면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호인 만큼 원인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음식물을 섭취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가 났다면 식중독을 의심할 수 있고, 후진국을 여행한 후라면 장티푸스 등의 질환일 수도 있으므로 신속하게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설사가 날 때는 탈수를 막고자 보리차나 희석한 이온음료를 마셔 탈수를 막는 게 중요하지만, 자가진단만으로 지사제를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설사 증상을 동반하는 주요 질환을 알아본다.

◇ 식중독

세계보건기구(WHO)는 식중독을 “식품 또는 물의 섭취에 의해 발생했거나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는 독소형 또는 감염형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소형 식중독은 비침투성 병원균이 장 내에서 독소를 생산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식중독을 말한다. 균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음식 속에서 번식한 균이 독소를 생산해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황색포도상구균으로, 요리하는 사람의 손에 상처나 염증 등이 있을 때 음식으로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열에 강한 세균인 황색 포도상구균은 80℃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사멸되며, 황색 포도상구균에 의해 생산된 장 독소(Enterotoxin)는 100℃에서 30분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여름철과 같은 높은 기온과 높은 습도에서 잘 증식하는 특징이 있다. 이 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면 2~4시간 후에 증상이 급격히 나타났다가 빨리 좋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감염형 식중독은 병원성 대장균, 장염 비브리오, 살모넬라 등과 같은 침투성 병원균이 직접 장 점막층의 상피세포를 침투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날이 더울수록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기온이 25~30도 정도가 될 때 음식물이 바깥에서 6~11시간이 지나면 장염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등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독소형 식중독과 감염형 식중독 외에도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성 장염도 설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바이러스성 장염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다. 노로 바이러스는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하여도 감염성이 유지될 정도로 저항성이 강하다. 감염자의 대변 또는 구토물에 의해서 음식이나 물이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될 수 있고, 심지어 감염자가 접촉한 물건의 표면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될 수 있다. 이렇게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거나 또는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물건을 접촉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쉽게 식중독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 콜레라·장티푸스·세균성 이질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등도 식중독의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별도로 취급하는 게 보통이다. 병의 중한 정도에 따라 나누는 법정 전염병 분류에도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등은 발생 즉시 환자 격리가 필요한 법정 제1군 전염병에 속해 있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 상당수는 지정 전염병에 포함돼 있다. 이들 역시 장에 염증을 일으켜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은 비슷하다.

▲ 콜레라

최근 국내에서 15년 만에 환자가 발생한 콜레라는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의 감염으로 급성 설사가 유발되는 질환이다. 1군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며,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 특히 날음식이나 설익은 해산물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자의 구토물, 대변 등에 직접 접촉해도 옮을 수 있다.

콜레라는 상하수도가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불린다. 콜레라에 걸리면 2시간~5일(대개 24시간 이내)의 잠복기를 거쳐 쌀뜨물 같은 물설사, 복통이 별로 없는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염자의 80%는 무증상을 보일 수 있어 이들이 주된 감염원이 될 우려도 있다.

증상이 있을 때는 수액을 주사해 수분과 전해질을 신속히 보충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대개 1주일 안에 회복된다. 중증일 때는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사망률은 1% 미만으로 낮지만, 아프리카 등에서는 해마다 콜레라 환자 300만 명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10만여 명이 목숨을 읽고 있다.

▲ 장티푸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typhi)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대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할 때 발생하므로 집단발병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많은 수의 환자가 매년 발생했으나, 우리나라의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그 수가 점점 줄어 2000년도 이후로는 집단발병은 없고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다른 장염들은 장 점막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장티푸스 세균은 일단 장으로 들어온 다음 대식세포라는 백혈구를 통해 혈류를 따라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설사, 발열 등이 나타나며 감염 후 2주차가 되면 40도에 달하는 고열과 피부에 ‘장미진’이라는 특이한 피부병변이 나타난다. 또 골수로도 전파돼 백혈구감소증이나 범혈구감소증(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 모두 감소한 상태)이 나타날 수 있다. 만일 이때까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이후 장천공이나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장티푸스의 주요 발생국가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태국, 캄보디아 등으로, 해당 국가 여행 때는 반드시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 세균성 이질

시겔라균(Shigella)에 감염된 상태를 의미하며, 대장과 소장을 침범하는 급성 감염성 질환으로 제1군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된다. 환자 또는 보균자가 배출한 대변을 통해 구강으로 감염되며, 매우 적은 양의 세균도 감염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이질균, 즉 시겔라균과 접촉 후 보통 1~3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소량의 묽은 대변, 전신 통증, 식욕 부진 등의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여러 날 동안 물 같은 설사가 심해지면서 복통 등의 증상이 심해진다. 약 1주일 이후부터는 대변에 피와 고름, 점액이 섞이는 양상이 나타난다.

대개는 1주일 정도 지나면서 증상이 호전되며 특수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항생제 치료로 균이 배출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질균이 배출돼 전염성이 있는 기간은 감염의 급성기부터 증상 발현 후 4주일 사이로 본다. 드물게 수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보균자가 될 수 있다.

◇ 설사 증상 땐 탈수 막는 게 가장 중요

설사가 증상인 질환에 걸렸을 때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유아에서는 탈수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생수나 보리차를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알코올, 카페인, 설탕 함유 음료는 피하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단, 당 성분이 많이 함유된 이온음료라면 설사를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물에 희석해 마시도록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설사가 날 때 자가진단으로 지사제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소아는 설사를 억제하기 위한 지사제 복용은 절대 금물이다. 지사제를 함부로 복용하면 장내의 식중독균 및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게 돼 질병에 노출되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반면 복통이나 구토를 완화하기 위한 약물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 세균에 의한 식중독일 경우 항생제도 제한적으로 도움이 된다.

체력소모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와 손발을 따뜻하게 하면 복통이나 불쾌감이 누그러질 수 있다.

홍성수 병원장은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느끼더라도 약 2주간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면서 “장 기능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으로, 음식은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음식부터 먹기 시작하되 과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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