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소멸 시효 3년 불과…지연 이자·위자료 등은 청구 가능
법률구조공단, 손해배상소송 지원…“청구액 최대치 책정할 것”

청주 ‘축사노예’ 사건과 관련, 피해자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가 19년간 받지 못한 품삯을 배상받기 위한 법적 절차가 시작된다.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22일자로 이 공단에 고씨의 체불임금 및 퇴직금 법률 구조 신청이 접수됐다.

고씨는 1997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청주시 오창읍 김모(68)씨 부부의 농장에서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했다.

공단은 고씨가 김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범위를 정하기 위한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이는 한편 조만간 사건 담당 변호사를 지정할 예정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이번 소송은 법률구조공단 지역 총책임자인 청주지부장이 직접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재판은 법리 검토와 소송 접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는 다음 달 말이나 10월 초부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 관계자는 “고씨에게 최대한 많은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청구금액도 가능한 최대치로 책정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법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고씨가 19년간 받지 못한 품삯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억8천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임금 채권 소멸 시효는 3년에 불과하다.

19년간 강제노역을 했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임금 청구 기간은 최근 3년뿐이라는 얘기다. 나머지 16년 강제노역한 임금은 이미 시효가 소멸돼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임금 청구 소송이 아닌 부당이득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하면 최대 10년 치 임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여기에 퇴직금과 지연 이자금 등을 가산해 청구할 수 있다.

고씨와 그의 가족이 19년간 받은 물리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도 별도 청구가 가능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청구 금액 모두를 인정받기는 어렵겠지만 최소 3년 이상의 임금과 지연이자금, 퇴직금, 위자료 등을 모두 합하면 1억∼2억 원가량의 배상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고씨는 민사소송과 별도로 형사재판을 받게 될 김씨 부부가 피해 회복을 위해 일정 피해액을 공탁한다면 수령할 수도 있다.

다만 고씨와 그의 가족인 어머니·누나가 모두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에 대리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검찰은 고씨에 대한 성년 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고씨의 법정대리인은 그의 고종사촌인 김모(63)씨가 맡기로 했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 부부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그는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달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를 발견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는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김씨는 지난 25일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의 부인 오모(62)씨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해 구속기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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