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조르지아 자매…잔해 깔려 숨진 언니, 동생 껴안아 보호
엄마, 장례식서 “사랑해” 작별인사…伊대통령, 동생에 생일선물

24일 새벽(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6.2의 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파괴된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산골 마을 페스카라 델 트론토의 잔해에서 생사가 엇갈린 채 발견된 어린 자매의 얄궂은 운명에 이탈리아가 눈물 짓고 있다. 

로마에 사는 줄리아(9), 조르지아(4) 자매는 개학하기 전 막바지 방학을 즐기러 부모님을 따라 외가인 페스카라 델 트론토를 방문했다가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내리며 잔해에 갇혔다. 

아빠는 다리에, 엄마는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은 채 빠져 나왔지만 두 딸은 육중한 잔해 속에 파묻혔다. 

구조대가 잔해를 헤치고 16시간 만에 자매를 발견했을 때 언니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동생은 언니 옆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살아있었다. 구조대 관계자는 언니인 줄리아가 조르지아를 보호하려는 듯 껴안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르지아는 입에 흙을 잔뜩 머금고 있긴 했으나 언니의 몸이 완충 역할을 한 덕분인지 크게 다친 데 없이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한 27일 마르케 주 아스콜리 피체노의 체육관에서는 줄리아를 비롯해 이 지역에서 희생된 35명에 대한 합동 장례식이 열렸고, 공교롭게도 이날 조르지아는 네번째생일을 맞이했다. 

장례식에 참석해 줄리아를 비롯한 희생자들을 애도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조르지아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꼬마 소녀에게 인형을 생일 선물로 전달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경호원을 내보내고 조르지아와 단 둘이 몇 분 동안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는 전했다. 

부상을 당한 자매의 어머니는 딸의 장례식이 열리기 전날과 장례식 당일, 이틀 연속으로 들것에 실린 채 현장을 방문해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줄리아가 잠들어 있는 관으로 힘겹게 다가간 뒤 관 위에 붙어있는 딸 사진에 얼굴을 맞댄 채 “안녕, 엄마는 너를 많이 사랑해”라고 나지막이 작별인사를 건넸다. 

한편, 숨진 줄리아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재학 중인 딸을 두고 있는 로마 교민 박이태(44)씨는 “딸을 비롯한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들 모두 비보에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조만간 로마에서도 줄리아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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