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테스트베드 가동…전문 핀테크 업체도 참여
주식·ELS·예금·RP 등 운용 가능…선물·옵션 제외

인공지능(AI)이 투자자문을 하면서 자산을 맡아 운용해 주는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에 본격 시작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중순부터 6개월간 테스트베드(시험공간)에 참여하는 업체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RA)에 대한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RA가 직접 자문과 일임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당초 올 11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테스트 기간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출시일정이 미뤄졌다.

AI를 기반으로 한 RA가 금융위 테스트를 통과하면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를 받고 고객자산을 굴려주게 된다.

운용 결과는 이메일로 해당 고객에게 제공된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RA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테스트베드에 참여하는 IT 전문가들이 RA의 안정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개시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RA가 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결합증권, 주식 등이다.

대기성 자금에 한해 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를 운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거래 단위가 큰 채권이나 원금초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제외된다.

이번 테스트베드에는 자체 RA를 보유한 금융사는 물론 자문·일임업을 등록하지 않은 순수 핀테크 업체도 참여할 수 있다.

RA 알고리즘은 투자자 성향분석, 자산배분, 주문집행, 리밸런싱(자산조정) 등 전 과정이 사람의 개입이 없는 전산시스템만으로 운용돼야 한다.

다만 국내 업체의 기술 수준을 감안해 주문집행 과정은 사람이 개입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참가 회사는 자체 자금을 실제로 운용하면서 RA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받게 된다.

테스트베드 참가 업체는 해당 알고리즘의 일일 거래내용 정보를 심사국에 제출해야 하고, 해당 정보는 검증을 거쳐 테스트베드 웹사이트(www.RAtestbed.kr)를 통해 공개된다.

이 사이트에는 단순 수익률뿐만 아니라 위험조정 수익률, 변동성 등 다양한 지표가 게시돼 투자자의 판단을 돕게 된다.

금융위는 “테스트베드는 투자 자문·일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고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라며 수익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RA의 테스트베드 최종 통과 여부는 IT·금융·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미 시장에는 대다수 금융사들이 제한적인 기능을 갖춘 RA를 선보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RA는 전문가가 활용하는 도구로 쓰이는 수준이고, 직접 투자자문이나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쿼터백자산운용은 작년 6월 RA를 활용한 공모펀드 3종(채권혼합형, 주식혼합형, 채권형)을 출시했다.

현대증권은 RA 투자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에이블 로보 어드바이저관’을 선보였고 유안타증권과 NH증권도 RA 활용에 적극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명칭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테스트베드 참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업체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를 통과한 알고리즘은 통과 사실과 평균 수익률을 광고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알고리즘은 그 사실을 광고와 투자설명서에 명시해야 한다.

또 테스트를 통과한 RA는 일임운용 보고서를 기존의 우편이 아닌 이메일 형태로도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금융위에 테스트베드 참가 의향을 밝힌 업체는 10여개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앞으로 연간 2~3회 주기로 추가 테스트베드를 마련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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