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채현 부산해운대경찰서 경위

작년 봄 감기의 일종인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준전시상황의 비상사태라며 호들갑을 떤 적이 있다. 감기지만 전염병이니까 피해확산을 막기 위한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측면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무기 공격으로 수십만, 수백만명의 인명이 살상될 수 있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사안에 대해서는 이웃나라 눈치나 보며 사드배치 반대를 외치며 평시상황처럼 한가하게 대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포샤의 판결이 떠오른다. 주인공 안토니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얼록에게 돈을 빌리면서 기한내 갚지 못하면 가슴살 1파운드를 베어가도 좋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다. 가짜 판관인 포샤는 “살점은 베어 가되, 대신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는 아이러니한 판결을 내린다. 포샤는 안토니오를 돕기 위해 궤변의 논리로 안토니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문학적 감상의 유희로서는 충분히 감동을 받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책속의 이야기다.

흔히들 억지를 부릴 때 이와 유사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드반대는 정부에서 수술은 하되 메스는 대지 말고 하라는 억지가 아닐까 싶다. 시위진압은 하되 물대포도 안되고 물리력 행사도 안되고 부상자가 생겨도 안되고, 더 나아가 아예 진압부대를 만들어서도 안된다는 식이다.

국가안보의 책임은 정부에 떠넘기면서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마저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미군기지 이전도 그렇고 해군기지 건설도 그렇고 테러방지법도 그렇다. 한 번이라도 대안을 제시하면서 방안을 함께 고민이라도 해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남북분단으로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안보의 위협을 받고 있다. 국민 모두가 국방비 부담을 떠안고 남자는 병역의무까지 추가로 더 지고 있다. 호란과 왜란에 수도 없이 시달려 온 우리의 역사를 상기하며 과거를 거울삼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채현 부산해운대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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