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가면 쓴 악성 댓글 증가세
비판에도 품격과 금도가 필요해
배려와 존중 넘치는 온라인 되길
그야말로 댓글 전성시대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듯하다. 인터넷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댓글을 읽다보면 발상이나 표현의 기발함에 자주 놀라게 된다. 그런데 댓글 중에는 따뜻한 인간미나 신선하고 위트가 넘치는 글보다는 무례하고 읽기 불편한 것이 많다. 우리네 이웃의 가슴 아픈 사연을 장난이나 욕설이 섞인 말로 희화화하거나, 심한 경우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까지 거침없는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글을 보면 정말 섬뜩하기까지 하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거칠고 공격적인 글로 개인적인 불만과 울분을 왜곡해서 표출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온갖 비속어로 사회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독설을 퍼붓는 일이 일상이 된 사람들도 많아진 듯하다. 대상도 무차별적이다. 폭력적인 악성 댓글에 괴로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닌 세상이 됐다.
특히 첨예해진 남녀 간,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의 갈등은 혐오와 비하를 동반한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댓글로 인해 갈수록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글은 상호 이해와 공감은커녕 무조건적인 비난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도 온갖 추악하고 비열한 혐오와 경멸의 단어를 동원해 걸핏하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글은 아직도 망령처럼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아울러 건전한 비판이 있어야 그 사회도 튼튼해진다. 따라서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이 공존하고 존중될 수 있어야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와 다름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흑백론으로 비이성적인 비판과 혐오의 감정을 함부로 표출한다면 그 사회는 병들 수밖에 없다.
개인적 가치관의 다양성을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폭력적인 글로 다른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고 배척하는 행위가 일반적 폭력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어쩌면 총이나 칼보다 인터넷의 비정하고 폭력적인 글이 더 위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거짓 정보를 왜곡해 확대 재생산하고, 고착된 사고방식으로 선과 악을 멋대로 재단하고, 온갖 억측으로 대중을 호도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다.
비판에도 품격과 금도(襟度)가 필요하다. 무례하고 폭력적인 글보다는 진실하고 이성적인 글이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때로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해학과 풍자를 담은 우회적인 글이 더 강력한 울림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고 건강한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 이성적인 비판과 대안의 모색이 많아져야 한다.
어른들의 과잉보호와 무책임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부족한 아이들이 인터넷과 같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신체적 폭력보다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기성세대의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막말이 아이들에게 여과 없이 전파된 탓이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력은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를 뿐이다. 폭력적 댓글 또한 예외는 아니다. 거칠고 폭력적인 비판이나 배척보다 따뜻한 배려와 존중으로 소통하는 사회가 아름답다. 각박한 일상 속에서 인간미 넘치는 댓글을 읽고 미소 짓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유성호 풍생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