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례 파업으로 1조4700억 손실
미래 먹거리 개발 노사협력 절실

▲ 박종근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현대자동차가 뒤늦게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것도 잠시, 개표결과 부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20차례의 교섭과 14차례의 파업으로 6만55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47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발생시킨 뒤 도출해 낸 결과치고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손실과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우리 노동법에서는 노동조합대표에게 교섭권과 체결권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합의 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고 있다. 노동조합대표가 자신에게 주어진 체결권을 자신있게 행사하지 못한 결과로, 반집행부의 반대 선전과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더 얻어낼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회사가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는 이유로 재교섭하고 합의수준을 높여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향후에도 이같은 일이 관행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08년 합의안이 부결됐을 때 재교섭, 문제를 해결한 선례가 있어 이번 찬반투표에서도 영향을 받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현대자동차 노사에 바라고 싶은 것은 첫째, 단체협약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지양했으면 한다. 노동조합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 지역의 다른 노동자, 특히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열약한 근로조건을 생각하면서 임단협 요구안을 적정수준으로 합의하고 법에도 없는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조합대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에서도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는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강력한 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단체교섭 위원 수를 줄여야 한다. TV에서 현대자동차 교섭위원들이 교섭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대기업이긴 하지만 교섭위원이 저렇게 많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단체교섭을 할 때 사용자 대표와 노동조합 대표가 주로 의견을 제출, 답변을 하고 대부분의 위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으로 안다. 노사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국제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업계 사장을 비롯해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발 벗고 뛰어야 할 판에 교섭위원 노사동수를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의 임직원들이 교섭장에서 한마디 의견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셋째, 단체교섭 차수를 확 줄여야 한다. 노동조합은 적정 요구안을 제시하고 회사는 처음부터 회사가 들어 줄 수 있는 100%수준의 안을 제시, 교섭이 계속 진행된다고 해서 추가 안이 더 늘어 날 수 없다는 인식을 시키고 이를 관행화해야 교섭 차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넷째, 교육훈련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노사는 선진기업의 견학을 포함해 노동조합간부 및 조합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체코의 공장에서 차 1대를 생산하는데 15.1시간(2014년 기준)이 걸리는데 반해 우리는 왜 27시간이 걸리는지, 또 지난 5년간 임금인상이 기본급 대비 GM 0.6%, 도요다 2.5%, 폭스바겐 3.3%인데 비해 우리는 5.1%나 올리고도 무엇이 그리 불만이 많은지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또 앞으로의 자동차는 무인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연료로 전환되는 등 향후 10년의 변화 속도가 이전의 30~40년의 변화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주지해야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 투자비가 폭스바겐(5.7%)의 반도 안 되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같은 상태로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과거 그랬던 것처럼 현대자동차가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고 특히 울산시민을 먹여 살리는 참 좋은 회사로 영원히 남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전달됐으면 한다.

박종근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