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살아 숨쉬다

▲ 윤병락 작가의 ‘가을향기’.

‘탐스러운 사과, 사진일까? 그림일까?’

실제와 허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극사실주의 작품전 ‘살아 숨쉬다’가 내달 1일부터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시작된다.

이번 전시에는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로 우리 주변의 현실을 생생하게 녹여낸다. 전시작품은 모두 50여 점.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된 회화와 조소 작품들이 선보인다.

극사실주의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어난 새로운 경향으로, 주로 일상적인 현실을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주관을 극도로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진처럼 극명하게 화면을 구성한다.

국내 대표적 극사실주의 작가인 윤병락씨는 ‘사과작가’로 불리며 10년 이상 사과 그림을 그려왔다. 특유의 구성과 섬세한 표현으로 미술 애호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빨갛게 익은 사과가 잔뜩 담긴 작품 ‘가을향기’는 가을의 풍요로움과 결실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모래그림의 거장 김창영 작가는 모래와의 끈질긴 작업으로 예술혼을 불태운다. 정밀묘사기법인 ‘트롱프뢰유(trompe-l‘oeil, 눈속임 기법)’를 이용해 캔버스 위에 진짜 모래와 직접 그린 모래를 섞어 실제와 가상이 공존하는 작품을 완성했다. 이밖에도 죽음과 삶을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황순일 작가의 회화 ‘고깃덩어리’, 어린 시절의 기억과 꿈에 섬세한 감수성을 더한 김현수 작가의 조소 ‘Breik’ 등 극사실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다양한 사물들이 전시장에 나온다.

예채영 현대예술관 큐레이터는 “극사실주의 작가들은 현실과 작품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최상의 정교함을 추구한다”며 “실체와의 혼동에서 오는 호기심과 경이감을 느끼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2일까지. 관람료 1000~2000원. 1522·3331.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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