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과 농사

▲ 이찬순씨가 지역주민들에게 분양한 사과나무중 ‘엘사공주 신희원’ 이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임규동기자

초기 귀농인들이 조기에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 농가나 선배 농부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작물을 키우고 있는 농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농사를 시작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고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울산에서 사과농가들이 모여 당도 높고 품질도 훌륭한 ‘울산사과’를 생산하는 현장을 찾았다.

고지대에 일교차 큰 소호리 지역
달고 맛있는 사과 생산하는 비결
최신 농사기법 도입이 가장 중요
최근에는 세장방추형 기법 각광

△아침, 저녁 2~3시간이면 농장관리 끝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의 한 사과농장에서 만난 박철수(62)·이찬순(여·62)씨 부부는 한창 사과나무 가지를 손질하고 있었다. 귀농 10년차인 박씨 부부는 5000㎡(약 1500평) 규모의 농장에서 500여그루의 사과나무를 키우고 있다.

흔히 울산을 대표하는 작물로 배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상북면에서 생산되는 사과도 우수한 품질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북면 일대 사과농가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당도는 평균 15브릭스(일반적인 사과의 당도는 13브릭스 내외)로 상품의 경우 전국 1% 안에 들 정도로 당도가 높다.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생산할 수 있는 비결은 상북면 소호리 일대가 주변보다 지대가 높은 고랭지로 낮밤의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울산시농기센터에 따르면 현재 울산지역에 30여개의 사과농가가 있으며, 이같은 지리적 장점으로 상북면 일대에만 10여개가 넘는 사과농가가 모여있다.

사과농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자유로운 시간운영이 꼽힌다.

사과농사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적화(5월), 적과(6월), 그리고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 등 품종에 따라 8월부터 11월까지 열매를 따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크게 일손이 필요치 않다.

박씨 부부도 지금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매일 아침과 저녁 비교적 날씨가 선선할 때 2~3시간 정도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박씨는 “사과 농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일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전지작업 등 계절과 시기에 따라 필요한 작업을 적기에 해주기만 하면 그 외 시간은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귀농 10년차인 박철수(62)·이찬순(여·62)씨 부부는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서 5000㎡(약 1500평) 규모의 농장 500여그루의 사과나무를 키우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세장방추형 수형 등 최신농사 기법 중요

모든 농사에 해당되겠지만 사과농사도 나날이 발전하는 최신 농사기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기센터 등을 통한 농사교육과 더불어 실제 관련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직접 견학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사과농사의 경우 최근 좁은 땅에서도 많은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나무의 수형을 ‘세장방추형’으로 키우는 기법이 각광받고 있다. 세장방추형은 나무의 가지를 윗쪽은 좁게하고,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가지를 넓게 뻗는 방식으로 사과나무의 모양이 삼각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장방추형으로 나무를 키울 경우 기존 나무간의 거리를 통상 2m 가량을 유지하던 것을 1m 내외로 좁힐 수 있다. 그만큼 토지에 더 오밀조밀하게 사과나무를 심어 수확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박씨도 처음 농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세장방추형 농사기법이 보급되지 않아 수폭을 2m로 넓게 잡았다가, 최근에야 조금씩 수폭을 좁혀 추가로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농기센터 관계자는 “귀농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토지)에서 어떻게 해야 작물이 균형있게 자라고 적정 착과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며 “또한 사과나무의 경우 심은지 얼마 안된 2~3년생 유목기와 4년 이상 성목기의 시기별 관리법을 잘 숙지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 박철수씨는 “지역사회로부터 도움받은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내 남은 귀농생활의 목표”라고 말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인터뷰]귀농 10년차 박철수·이찬순씨 부부
“1사1촌·주민 분양으로 지원군 얻어”

“사과나무 분양으로 판로와 일손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았습니다.”

박철수·이찬순씨 부부의 농장에서는 이름이 달린 특이한 사과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이곳 농장에 있는 500여그루의 사과나무 중 100그루 가량은 지역주민들에게 분양한 사과나무들로 ‘엘사공주 희원이 나무’ 등 이름표가 달려있다.

사과나무를 분양받은 가족들은 주말 등 편한 시간대에 농장을 찾아 직접 관리를 하고, 수확철에는 직접 자신의 나무에 달린 사과를 따간다. 통상 사과나무 한 그루당 20~30㎏의 사과가 수확되는데, 자신이 기른 나무가 충분한 양의 열매를 맺지 못 하더라도 농장에서 그만큼을 채워준다고 한다.

박씨는 “사과농장은 바쁜 시기에는 일감이 워낙 몰리기 때문에 사과나무 분양이 큰 도움이 된다”며 “주변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그루 이상의 나무를 분양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소에는 사과농장을 아내와 둘이서 소일거리 삼아 관리하는 것이 충분하지만, 일손이 모자랄 때면 지역 기업체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소호리 일대 마을농장들과 1사1촌을 맺고 열매를 솎아내는 적과시기와 수확철 등 매년 농번기에 찾아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씨는 “계절마다 일손을 도와줄 뿐더러 판매까지 책임지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우리마을의 반가운 손님들”이라며 “지역사회로부터 도움받은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내 남은 귀농생활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7.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