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경관을 관광상품화하는 대표적 도시는 중국의 상하이 푸동항 와이탄과 홍콩의 빅토리아항이 꼽힌다. 와이탄은 강변을 따라 늘어선 중후한 서양건축물들과 동방명주 등의 첨단고층건물들의 야간조명이 볼거리다.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야경은 오래전부터 관광상품으로 꽤 인기가 높다. 홍콩의 빅토리아 파크와 스타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백만불짜리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어느 사진작가가 찍은 야경 사진이 백만불에 팔린 것에서 기인한 평가라고 하지만 실제 레이저쇼가 시작되고 강건너편으로 늘어선 건축물들이 조명을 밝히는 시각에 몰려드는 관광객의 숫자를 보면 관광수익만 해도 백만불은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이들 도시의 야경이 마냥 휘황찬란하지는 않다. 대체로 전통적인 불빛 색깔인 황금색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은은하게 비추거나 특정부위를 집중조명하기도 하고 때론 흘러내리는 등의 연출이 가해지기도 하지만 결코 시선을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관광상품으로 삼는 야경이 특정지역으로 한정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도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로 제한돼 있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울산시가 야간경관계획을 수립했다. 30일 최종보고회를 가진 이 계획은 ‘안전’과 ‘관광’을 핵심키워드로 잡고 있으나, 가장 먼저 ‘빛정비’를 한다기에 다소 마음이 놓인다. 울산은 화려한 네온사인의 모텔과 유흥주점들은 물론이고 공공시설물에 설치된 과도한 조명으로 인한 빛공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십리대밭교의 휘황찬란한 조명에 대한 조정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뤄졌으면 한다. 주변환경을 저해할 뿐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설문조사 결과 해안이나 강변, 공원, 녹지, 보도, 단독주택지 등은 어둡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하니 조명 보강을 통해 안전성을 높여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60억여원을 들여 문화예술회관, 학성교, 태화루, 태화교, 태화강대공원, 슬도등대, 공업탑, 신복로터리, 울산대공원, 번영교 등에 야간조명을 설치한다는 계획은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도심 한가운데 제각각 자리한 건축물에 조명을 한다고 해서 야간관광수요가 창출되기는 어렵다. 야경은 멀리서 전체적인 경관을 볼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아니던가. 뉴욕의 야경을 보러 엠파이어스테이트에 올라가고, 파리의 야경을 보러 에펠탑을 오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울산은 새삼 야간조명을 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운 야경을 갖고 있다. 365일 꺼지지 않는 공단의 불빛은 누구나 찬탄하는 풍경이다. 정자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옛길에 그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성안동에서도 울산대교와 미포만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별도의 고층빌딩이나 타워를 세울 필요도 없이 조망점(뷰포인트)을 찾아 편의시설만 갖춰주고 홍콩의 레이저쇼와 같이 집중도를 높여줄만한 콘텐츠를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히 야간관광의 수요창출도 가능하다. 울산시 야간경관계획이 새로운 조명시설을 하기 보다는 빛 정비와 조망점 발굴 및 콘텐츠 강화에 우선 중점을 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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