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합의안 조합원 기대 미달...사측은 퍼주기 협상 불응 전망

내달 1·2일께 협상 재개 촉각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대치가 높은 조합원과 퍼주기식 협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측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일단 재협상 일정을 정할 예정이지만,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하기도 어렵고, 안티 현대 이미지를 우려하는 사측에게 충분한 보상안이 담긴 일괄제시안을 내도록 촉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질지 예측할 수 없는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이번주중 임금협상을 재개하기로 확정했다. 31일께 노사 실무자 교섭을 통해 본교섭 일정을 정할 예정이지만 9월1일 또는 2일께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원인으로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앞서 노사는 지난 24일 교섭에서 임금 5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등으로 350%+350만원(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포함),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합의했다. 하지만 역대 최저치인 투표자 대비 21.9%의 찬성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노조는 재협상에서 추가안을 낼 것을 사측에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재교섭 결과를 바탕으로 2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의 고민도 깊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재협상을 진행해 추가안을 낼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 등 향후 열릴 협상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자는 분위기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주기식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사측은 1차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임금인상액이나 성과급·격려금을 유지하면서도 노조와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9월 초 또는 중순께까지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추석 전 타결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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