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진보와 보수 그리고 전통과 모던 음식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여야 당대표가 새로 뽑혔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들의 얘기를 믿지 않고 자꾸 그들이 잘 살기 위한 보수와 진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보통 젊은 사람일수록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나이든 사람일수록 보수적 성향이 있다. 자신이 재산이나 지위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보수는 전통을 중히 여기고 유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반면, 진보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및 사회 문제에 관련하여 변혁을 통해 급진적인 변화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파격적인 한식재료에
스토리텔링에 가까운 메뉴판 구성
모던음식이 새 트렌드로 급부상
그래도 보리밥에 강된장 그리운건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걸까

요리도 마찬가지다. 전통요리를 추구하는 맛집은 몇 세대, 몇 대를 이어 한 가지 메뉴로 변하지 않는 맛을 제공하려 한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 단골 고객을 가진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현실에 영합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 단골들의 입맛을 위해 한길을 걸어간다. 세대변화로 똑같은 맛을 지키는 맛집은 서서히 옛날 맛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결국 원조 맛집이 줄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전통요리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한식요리를 재조명한 모던음식이 새로운 트렌드 음식으로 뜨고 있다. 서울의 모던 음식점이 요즘 ‘핫한’ 식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예약을 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식당이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는 한국 대표 미식 랭킹인 코릿(KOREAT)이 선정한 ‘한국 레스토랑 50’에 1등을 했다. 그 뒤를 이어 뉴욕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슐렝 2 스타’를 받은 청담동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 박찬일식 닭튀김으로 유명한 로칸다 몽로가 있다. 음식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김호윤 셰프가 있는 스와니에, 먹방TV에 자주 등장하는 오세득 셰프의 프렌치 레스토랑 쥴라이 등도 모던 한식을 하는 식당이다.

그들의 음식은 우선 한식재료 사용에서부터 파격에 가깝다. 감자퓨레를 곁들인 족발찜, 매운 곱창과 소힘줄찜, 고추장아찌의 양갈비구이, 황소개구리튀김, 박찬일식 닭튀김, 장독연포탕이 눈에 띈다. 그들의 메뉴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 음식이 나오기 전에 기대를 갖게 한다. 스와니에의 경우 농삿날 새참, 김장날 레드치오 겉절이, 비오는날 녹두전, 생일날 미역국, 결혼식 날 갈비탕, 아빠 월급날 옛날치킨, 장선날 우설찜 등 재미있는 메뉴로 구성했다. 또 1인분식 양식 그릇을 활용해 여백의 미와 화려함을 겸비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게 음식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입맛에 맞추다 보니 음식이 화려해 보기에는 좋지만 깊은 맛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전통을 고집하는 나이든 사람들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하게 나오는 전라도식 음식이 그래도 한국 음식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이제껏 맛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갈망하는 진보적인 사람들과의 평행선에서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에는 시대가 변했고 입맛도 변했다.

때론 더운 여름에 보리밥에 강된장을 넣고 싸서 먹는 호박잎쌈이 그리운 것은 내가 보수적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의 별미 메뉴-보리밥 호박잎 쌈과 우렁이 강된장

◇재료: 호박잎 5장, 된장 50g, 고추장 50g, 다진 마늘 30g, 다진 파 30g, 다진 양파 100g, 고춧가루 30g, 작은 우렁이 1캔, 다진 고기 50g, 붉은 고추 2분의1개, 통깨 10g, 참기름 10㎖, 감자 1개.

◇만드는 법

● 호박잎은 연한 것으로 구입하고 줄기부분은 벗겨내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짜고 하나씩 펴둔다.

● 냄비에 다진 감자, 양파, 마늘, 파를 넣고 볶다가 다진 우렁이, 양념한 고기를 넣고 볶는다.

●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고 섞어준 다음 멸치육수나 다시마육수를 넣고 끓인다.

● 마지막으로 참기름, 소금, 후추를 넣고 맛을 본 다음 식힌다.

● 쌈밥 위에 오징어젓갈이나 창난젓을 올리고 붉은 고추와 통깨로 장식해서 드시면 좋다.

● 호박잎을 편 다음 보리밥을 숟가락 한 스푼을 떠서 올리고 강된장을 넣고 예쁘게 말아 접시에 담는다.

※ 1. 호박잎을 드실 때 차갑게 만든 녹차냉채와 드시면 좋다.

2. 쌈밥 위에 젓갈을 얹어 드시면 또 다른 별미로 드실 수 있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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