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베테랑 바베큐

▲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100m에 걸쳐 길다랗게 펼쳐진 식당 ‘베테랑 바베큐’에서는 백악관과 최상급 호텔에 납품된다는 ‘블랙앵거스’(Blackangers Beef)를 맛볼 수 있다. 안거미, 막갈비, 본갈비, 안창살 등을 판매하며, 야끼니꾸 방식으로 살짝 양념이 돼 손님상에 오른다. 곽동훈 대표는 “연매출 20억의 베테랑을 뛰어넘는 가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정 음식이 주는 행복한 기억이 때로는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인생의 행로를 결정짓게 한다. 간절곶 인근에서 ‘베테랑 바베큐’를 운영하는 곽동훈씨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경험한 맛있는 기억에 대해 떠올렸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애인이 싸준 도시락, 군대 시절 야간 근무에서 먹은 라면, 펜션 여행 중 바비큐 파티 등이다.

그는 이중 바비큐 요리를 택했고, 간절곶 인근에 바비큐장을 콘셉트로 한 가게를 차려 ‘대박’이 났다. 처음엔 부모님과 가족, 친구 등 모두가 만류한 일이었다. 도심에서 많이 떨어진 지역이고, 바닷가에서는 회나 해산물 요리가 일반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관광지에 비해 당일치기 여행객이 많은 만큼 당일치기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고깃집’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5년째인데 연 매출 20억을 돌파하며 ‘간절곶 맛집’으로 떠올랐다.

타고난 미각·아이디어·노력으로
가게 14곳 운영한 ‘푸드 트렌드 세터’
간절곶 해빵 브랜드도 직접 만들어
모두 망한다던 어촌서 고깃집 열어
관광지 특성 살린 메뉴로 연매출 20억
이색분위기에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

◇당일치기 여행 중 만나는 바비큐 파티

‘베테랑 바베큐’ 간절곶점은 가게 앞에 가꿔진 인공호수가 이색적인 음식점이다. 특히 저녁이 되면 멋진 야경이 연출돼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곽동훈 대표는 “할아버지께서 비영리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꾸며온 땅이다. 어느날 할아버지께서 이 자리를 살려볼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하셨고, 창업을 위한 지원도 해주셨다. 그렇게 맛있는 기억을 팔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했다.

 

‘베테랑 바베큐’에는 안거미, 막갈비, 본갈비, 안창살 등 소고기와 제주흑돼지 목살이 메인 메뉴다. 소고기는 ‘블랙앵거스(Blackangers Beef)’를 판매한다. 블랙앵거스는 식물성 사료를 먹인 24개월 미만의 어린 소 가운데 엄선된 소고기로 백악관과 최상급 호텔에 납품될 만큼 그 품질과 맛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기는 바비큐 하기에 적당하도록 두껍게 썰어져 나오며, 야끼니꾸(일본식 양념구이) 방식으로 살짝 양념이 돼 별도의 양념 없이도 먹을 수 있다. 데미그라스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바비큐 요리라 하면 보통 돼지고기를 떠올리지만 소고기로 품격을 높였고, 비싼 한우 대신 미국산 소고기로 가격대를 적절하게 조정했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안거미는 200g당 2만원, 갈비 윗살인 본갈비는 200g당 2만2000원이다.

‘베테랑 바베큐’는 가로로 긴 형태의 식당인데 그 길이가 100m가량 된다. 테이블 수도 40여 개지만,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 곽동훈 대표

◇미각·아이디어·노력이 만든 ‘트렌드 세터’

곽 대표는 요즘 말로 ‘푸드 트렌드 세터(음식 풍조나 유행 등을 선동하는 사람)’다. 26세부터 장사를 시작해 14개의 가게를 동시에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4개 가게만 운영 중이며, 1년에 40억까지 매출을 내고 있다. 이중 절반인 20억이 ‘베테랑 바베큐’에서 나온다.

그가 이렇게 많은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 덕분이다.

목욕탕을 콘셉트로 한 고깃집을 운영하기도 했고, 경상남도 지역에서 최초로 시카고 피자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슥슥’이라는 덮밥집과 ‘길곱창’ 등 독특한 음식 브랜드를 만들어냈고, 유행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이 14개 가게 중 ‘베테랑 바베큐’만큼 높은 매출을 달성한 가게는 아직 없다. 그래서 베테랑을 뛰어넘는 가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곽동훈 대표는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모의 사업을 해봤고, 사업계획서가 100개 이상 됐다. 꿈속에서도 사업을 기획할 정도로 창업이 재미있다”고 했다.

 

또 그는 아기 때 먹은 모유의 맛을 기억할 정도로 맛에 대한 기억력이 탁월하다고 자부했다. ‘신이 내린 미각’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철저한 노력이 있었기에 ‘푸드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곽 대표는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나의 목표는 창업이었다. 1학년 때부터 3개월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가게 정보를 파악했다. 아르바이트 시급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많은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수십 군데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현장 정보를 얻고,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

그가 치킨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다. 같이 일하던 직원들 모두 식사를 가게에서 해결해야 했는데 가게에는 닭밖에 없었다. 그는 닭을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냈고, 직원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이 이야기가 주변으로 퍼졌고 새로운 치킨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그에게 메뉴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그렇게 단돈 80만원에 150여 개의 메뉴와 메뉴판, 인테리어 등을 기획해줬다. 현재 그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60여 개의 가맹점을 둘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곽 대표는 “체인점이 늘고 매출이 오르면서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지만 뿌듯하다. 내 능력이 발휘돼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능력이 발휘돼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한 개 더 있다. 바로 ‘간절곶 해빵’인데 주말이면 긴 줄을 이어가며 빵을 사가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곽 대표는 “동생이 ‘베테랑 바베큐’ 앞에서 커피집을 운영했다. 베테랑이 하루 200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데 동생의 커피집은 5만원 남짓 됐다. 그만 접어야 겠다며 낙담하고 있는 동생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했고, 동생이 구체적인 레시피를 구상해 ‘간절곶 해빵’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관광지마다 대표 브랜드 빵이 있다. 간절곶에는 그런 빵이 없었고, 새롭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클래식하고 대중적이지만 기존 명물빵에서는 쓰이지 않았던 느낌이 포인트였다.

이어 그는 “빵을 개발하기 위한 답을 동네 슈퍼마켓에서 찾았다. 초코파이, 카스타드, 홈런볼 등 대중에게 익숙한 과자와 빵을 떠올린 것이다. 그중 카스타드를 선택했고, 여기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재료를 첨가해 ‘간절곶 해빵’이 완성됐다. 이 빵은 그날 만들어 그날 모두 소진한다.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3~5일밖에 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 완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최고의 기획이 최고의 마케팅이고, 창업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말했다. 글= 석현주기자 hyunju021@

사진=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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