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림이나 정글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동식물들의 천국인 정족산 무제치늪.

정족산(鼎足山) 무제치(舞祭峙)늪.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산지 늪이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덕현마을 애향비(愛鄕碑)를 지나 3~4㎞남짓 꾸불꾸불 따라간 임도 끄트머리는 콘크리트 포장길의 끝이자 휴대전화 통화도 끊길 듯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무제치는 밀림이나 정글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동식물들의 천국이기도 하고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생존법칙에 따라 본능에 충실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 감시초소 아래에 있는 표지판

새털구름 아래 얼기설기 녹음(綠陰)은 이내 원시의 그늘을 드리운다.
1늪과 2늪 사이 물기 어린 진흙길은 언제나 습한 냉기가 배어난다.
수풀에서 가지로 이어지는 잠자리 천국에서 눈길을 잡는 비목나무 열매.
노랗다가 빨개진 열매는 진녹색 밀림속 포토제닉(photogenic) 감이다.
 

▲ 습지보호지역임을 알리는 팻말 밧줄에 앉은 잠자리가 정겹다.

늪을 감싸안은 정족산은 좁다란 탐방로에 생명수를 뿜어내고 탐방로 옆 웅덩이에서는 개구리가 뒷발차기 재롱을 피워댄다.
쑥부쟁이가 간간이 보이고 엉겅퀴도 산길에 드러누웠다.
국수나무 넝쿨이 길을 막은 옆으로, 개옻나무가 누런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나무 잎사귀엔 조금씩 가을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 탐방로 전망대에서 본 무제치늪.

어느새 바뀐 계절을 낌새챘나보다.

숲길 아래에서는 다람쥐가 까먹다 만 건지 도토리 파편이 널브러져 있다.
소나무가 병풍을 이룬 넙적바위들은 선사시대에 소풍을 왔다가 퍼질러앉은 모양이다.
끝없이 펼쳐진 높아진 하늘아래 태초가 살아숨쉬는 습지는 늘 억새빛이다. 맑아서 좋은 숲의 화음이 새소리와 어우러져 가슴 깊이 파고든다.

 

무제치늪은 시간이 멈춘채 하루하루 가을로 달려가고 있다.
마음이 더 빠져들면 어떠리.
마음 더 버리고 마음 더 비우면 되는 것을….
사초(莎草)들이 고개를 든 너른 늪에는 억겁의 정적(靜寂)이 가득하다.

글·사진=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